스파트필름.

by 발돋움

식구? 아니 밥을 같이 먹는 사이는 아니니 가족이 맞는 표현일까?

줄어드는 일은 없고 자꾸만 가족이 늘어 간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내 오지랖이다.


건강관리실은 1층에 있지만 팀 사무실은 3층에 있는 관계로 나는 3층 화장실을 자주 이용한다. 사무실에 볼일 보러 올라간 김에 혹은 점심 식사 후 이를 닦으러 등등. 왔다 갔다 하는 복도의 위치적 적합성도 자주 찾는 이유가 되겠지만, 많은 사람이 오가지 않고, 적당히 구석진 데다, 3층 화장실에서만 사용하는 은은한 방향제 향기도 편안한 장소로 낙점되기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날도 점심 식후 루틴으로 이 닦으러 화장실을 들렀다. 세면대 한 개만 독서실 칸막이처럼 전면 거울과 함께 비치된 그곳에 무심코 컵과 칫솔을 들어 올리다 늘 거기에 있던 스파트필름 화분이 나를 온몸으로 부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평소 파릇파릇 잎사귀와 바닥에서 새로 솟아나는 여린 연둣빛 새싹들 보는 재미에 이 닦다가도 쪼그려 앉아 그 조그만 정글 속 탐험을 위해 시선을 낮춰 화분을 밑에서 올려다보길 즐기곤 하던 나였다.


그런데 오늘 그 아이는 마치... 시금치를 뜨거운 물에 대친 후 참기름과 소금에 버무리기 전 상태라고나 할까...

"어쩌다가 애가 이렇게 폭삭 망가졌지? "

중력을 거스를 힘이 나에겐 1도 남아 있지 않다는 듯 빨랫줄에 늘어진 옷가지들 마냥 네모나고 기다란 직사각형 화분에 발을 치듯 걸쳐져 있는 이 녀석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속히 이를 닦고 화분을 세면대에 걸쳐 충분히 물을 주고, 사무실로 데려와 파여 있는 흙을 준비해 둔 여분 흙으로 보충하고 스프레이로 잎사귀 골고루 물을 뿜었다.


문서 올릴 자료가 있어서, 컴퓨터로 일처리를 하고, 소소하게 다친 직원들 치료하며 오후 4시쯤 무심코 돌아본 화분은 '내가 언제?'라는 듯 다시 잎에 힘을 실어, 웅크렸던 허리를 펴고 기지개를 켜듯 잎사귀를 펼쳤다.


그렇게 내방엔 스파트필름 화분만 4개가 되었다. 모두 방치된 체 힘들어했던 아이들이라 같은 화분이 여러 개라도 그저 잘 커주는 게 이뻐 똑같은 화분이 많아도 지겨울 새가 없다.


볼 때마다 느낀다. 이아이는 참 의사표현이 정확하고, 정직하며, 거짓이 없다.

분무기로 물을 뿜다 나는 어쩐지 이 아이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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