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저울처럼 양옆으로 장본 꾸러미를 매달고
겨우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워 현관 비밀번호를 누른다.
`띠리릭`
양손 그득 짐더미를 식탁 위에 내 던지듯 내려놓고.
냉장고문을 열어 사온 야채를 정리하려니.
개수대 가득 아침 먹은 설거지거리가 해야 할 일 순번을 다시 알려준다.
'설거지를 해야 밥을 하지~'
앞머리를 두어 번 긁적거리다 이내 냉장고 문을 닫고.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에 무심히 주방세제를 쭉~ 짜
익숙하게 그릇을 하나씩 집어 들어 그릇 모서리를 잡고 야무지게 돌려가며
골고루 거품을 묻히고, 묻어있던 음식물찌꺼기는 떼어낸다.
미지근한 물을 틀어 뽀드득 헹궈
숟가락 젓가락은 수저통에 꽂아 넣고,
밥그릇은 어슷어슷 물 빠지게 서로 걸쳐두고,
접시는 크기 맞춰 일렬로 나란히 제자리에 꽂아 두고는
개수대 수전을 잠근다.
그래도 나는.
회사도 가고. 마트도 가고.
마트 가서도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회사 갈 때도 이길로도 가고 저길로도 가보고.
오고 가며 이런 사람 저런 사람 구경도 하는데.
그러고 보니 숟가락, 젓가락, 밥그릇, 접시는
늘 식탁. 개수대. 건조대였다.
힘들다.. 힘들다.. 생각이 양쪽 어깨를 눌러 나를 주저앉히려고 할 때...
나보다 더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보며 상대적 위안과 안도감에 '나는 그래도 행복하구나' 했던 그 마음이 어느센가 스르르 자리 잡는다.
싱크대에 기대 건조대에 가지런히 앉아 물기를 똑똑 떨어뜨리고 있는 애처로운 녀석들을 한참 바라보다. 한 가지 결심을 해 본다.
여행도 외식도 잘하지 않는 집순이지만...
담에 여행 갈 땐.
숟가락. 젓가락을 챙겨가 보기로.
담에 여력이 되면 밥그릇도 한번 노력해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