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에 들렀다. 평소 아침은 간단하게 빵으로 때우길 좋아하는 가족들이 머핀을 먹고 싶다는 주문 벨을 띵동 울리는 바람에 집에 가려다 방향을 틀어 빵집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 이후에 들른 빵집은 복불복이 많다.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이 먼저 빵집을 들렀느냐 들르지 않았냐에 따라 빵을 고를 수 있는 폭이 달라진다.
오늘은 다행히 아이들이 주문한 머핀이 종류별로 있다. 거기다 샌드위치를 곁들여 주문대로 다가갔다.
"잠시만요. 전산이 지연돼서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계산대엔 예순이 훌쩍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 조급함과 당혹감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계산대를 두드리고 계셨다. 계산이 길어지자 계산당사자로 보이는 아주머니 왼쪽으로 아주머니를 아는 지인이 식빵봉지를 들고 이야기를 건네며 섰다.
그 사이 바구니에 빵을 든 아주머니가 계산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식빵 봉지를 든 아주머니 뒤로 줄을 섰다.
그때였다.
"너는 왜 글로 가노! 여기가 원래 서는 줄이잖아. 바바. 계산하려고 빵을 내 앞에 사람이 쌓아 놨잖아. 안 보여!"
계산대 오른쪽에 서있던 아저씨의 목소리가 계산대 주위를 넘어 홀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소리를 내지른 아저씨 앞에서 계산하기 위해 서있던 아저씨는 빵계산을 포기하고 홀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늦게 계산해도 된다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식빵 봉지를 들고 있던 아주머니는 슬금슬금 아저씨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고, 빵바구니를 들고 있던 샤우팅 아저씨의 배우자로 보이는 아주머니도 오른쪽 줄 샤우팅 아저씨 옆으로 섰다. 식빵을 든 아주머니는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하며 식빵을 초초하게 들고 있었다. 소리를 지른 아저씨가 누구를 향해 내지른 본심인지는 상황을 지켜본 사람은 유치원생이라도 눈치챘을 테니까.
"아유.. 식은땀이 나네요. 계산 언제 되나요?"
그때. 띠리릭. 결재음 같은 소리가 계산대에서 흘러나왔다.
"이제 됐습니다. 됐어요. "
계산대 앞에 붙잡혀 고문당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탈출하자. 계산대에 있던 어르신은 얼른 소리를 지른 아저씨의 빵을 집어 죄송합니다~ 하며 계산대를 열심히 두드려 신속하게 계산을 마쳤다.
샤우팅 아저씨가 퇴장하고, 식빵아줌마, 나, 그리고 아예 빠져 있었던 아저씨의 계산이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빵집을 나오며 나는 생각했다.
샤우팅 아저씨에게 규칙과 순서가 언성을 높여가며 쟁취해야 할 만큼 중요한 사항이었다면 샤우팅 아저씨는 자신의 앞에 빵을 쌓아두고 기다렸던 그분에게 먼저 계산을 하시라고 권했어야 맞다. 그렇다면 그 샤우팅 아저씨는 규칙과 순서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줄이 아니라 다른 줄을 서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게 싫었고, 그 상황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혹은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서 보통 화가 치밀어 오르니까. 그렇다면, 샤우팅 아저씨는 그런 상황을 이미 많이 겪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 또한 이미 많이 겪어왔다는 이야기 이기도하다.
친절하라. 당신이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을. 저마다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있으니.
-플라톤-
나는 플라톤처럼 철학자이자, 유명한 성인은 아니지만.
그 샤우팅 아저씨가 살아왔을 인생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은 잠시 해본다.
그렇게 밖에 자신을 표현할 수 없었던 삶이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