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

변화의 중간지점.

by 발돋움

밝음과 어둠 사이.

흰색과 검은색 사이.

아프다와 아프지 않다의 사이.


지금 나의 상태는 그레이다.


어제 출근하고 나서부터 허리와 다리가 욱신거리더니. 목이 슬쩍 따끔거리기 시작했고, 콧물이 나올랑 말랑 훌쩍거려 체온을 쟀더니 37.2도. 였다.

주말 내내 비 오는 서늘한 베란다에 앉아 추억 정리 한답시고 패딩점퍼 껴입고, 두꺼운 담요 무릎에 두르고

낄낄거림 한번, 집중 침울 한번, 갸우뚱 한 번을 돌아가며 내 평생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죄다 읽어대다 결국

감기에 걸려 버렸다.


집에 들어가 후다닥 저녁을 지어먹고,

엄마! 마누라! 건강 상 휴업 선언 후 바로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새 몸에 한기를 빼내느라 식은땀이 촉촉하게 배어 나와도 이불 한 번 차내지 않고 꽁꽁 싸매고 푹~ 잤더니.

아침엔 어제보다 한결 좋아졌다.


그래도 완전히 좋아진 건 아니니. 아직은 그레이.


주말 동안 과거 여행은 참 흥미로웠다.

나란 존재에 대해 1인칭에서 벗어나 3인칭 관찰을 가능하게 했다.

그때의 나를 느끼며, 아련히 떠오른 기억까지 더해져 마치 눈앞에 있는 그 시절의 나에게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생생했다.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 때의 나. 그 시절을 지나 온 현재의 나. 그리고 지금을 과거로 인식할 미래의 나.


그래서 지금 나의 상태도 그레이다.


어느 색깔과 매치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색.

이도 저도 아닌 듯 애매한 것 같지만 뚜렷한 색감을 가진 색.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색.

그래서 더. 매력적인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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