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

집으로 가는 길.

by 발돋움

오랜만에 파트 회식을 마친 후 갈림길에서.

열정적인 빠이빠이~는 양팔로.

술이 슬쩍 올랐을 때만 나오는 '솔'음으로는 "안뇽~"을 외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적~당히 먼 길을 골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여름이 깊어가기 전 밤의 거리는 참 매력적이다.

어딘가 깊숙한 곳에 숨어있으면서도 나 여기 있다며 소리로 존재감을 뿜어대는 풀벌레는 수줍음이 많은 걸까? 적극적인 걸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하고.

가벼운 물방울이 뺨을 스치며 습한 흙냄새도 적절히 섞인 바람은 어릴 때 밤늦도록 모내기하는 부모님을 기다리며 논두렁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를 떠올리게 해, 그 냄새 그대로 폐 깊숙이 담아 두려 깊은숨도 여러 번 몰아 쉬어 본다.


조용한 거리에 터벅. 터벅. 내 발소리만 가득한 공간.

거리에 무성히 푸르른 나무와 꽃. 허리춤만 한 높이의 조명등. 불빛이 만들어낸 거리의 건반은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아도 들리는 듯하다.


평소 경보만큼이나 빨랐던 발걸음은 천천히. 더 천천히. 느릿느릿 한 걸음 한 걸음에 정성을 들이고.

나는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 무대의 주인공처럼.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이 공간과 하나가 되어 본다.


거리의 수명을 다해 깜빡이는 조명등까지도 멋스러운 날.

흐드러지게 핀 꽃이 바람에 묻어 보내는 한줄기 향기에도.

나는. 더없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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