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로 정의될 수 없는 사람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기부금운동을 하고 있어 작은 돈이나마 기부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한부모가정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쌀도 드리고, 장학금도 주는 사업내용이 마음에 들어 급여날이면 어김없이 자동이체를 걸어놓은 계좌로 띵동~하며 나의 기부금이 전달된다. 좋은 일에 쓰이는 돈은 아깝기는커녕 마음이 푸근해진다.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아이들이 사달라고 톡을 넣은 음료를 집어 들었다.
'오우~'
음료를 집어 들기 전에 50% 세일 스티커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1500원짜리니까. 750원에 살 수 있다. 갑자기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이상하게 횡재한 느낌. 750원을 아꼈는데 75000원을 아낀 것 같은 뿌듯함.
계산대에 음료를 올려놓고 카드를 준비하는 동안 편의점 주인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음료를 보며
[아.. 잠깐만요.. 음.. 제가 600원 할인해 드릴게요~ 요게 지금 이벤트 중이라서.]라고 한다.
이..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눈대중으로 끝내버리는 더하기 빼기를 거꾸로 하고 있다.
할인해 준다는 말에도 좋아하는 기색이 없자 계산을 하며 내 표정을 슬쩍 살피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잃어버린 150원 생각에, 새로 얻은 600원의 가치는 이미 무의 해 졌다. 150원에 대해 클레임을 걸고 쪼잔해질 것인가? 아니면 쿨하게 그냥 가고 다시 이 편의점에 오지 않을 것인가? 심도 있는 고민을 몇 초간 진행한 후 아무 대거리 없이 600원 할인된 음료를 사들고 편의점을 나섰다.
그리곤, 속으로 외쳤다.
[내가 다시 여기 오나 봐라!]
가끔, 나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할 때가 있다.
몇몇 친한 친구들끼리는 번개로 커피숍에서 만나 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큰소리로 사투리를 구수하게 섞어가며 이야기하고,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말이 오가면 테이블을 쳐가며 박장대소를 하는 내가. 회사 직원들과 대화할 때는 상대방에게 늘 존칭을 섞고, 말소리도 크게 내지 않으며, 의자에 앉을 때도 허리를 펴고 등받이에도 기대지 않은 채 표정 없는 대화를 많이 한다.
길거리에 쓰러져 있거나, 등산 중에 주저앉은 사람들에겐 지체 없이 달려가 '어디 힘드신데 있으세요?'라고 묻는 친절한 사람이지만, 술에 취해 안하무인인 사람들에겐 차갑기 그지없는 사람이 된다.
써야 할 돈은 통 크게 쓰지만, 허투루 쓴 돈은 10원도 용납이 안 되는 그런 사람.
같은 사람을 보고 사람들 마다 판단이 극명하게 갈릴 때가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상황에 따라 다른 면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왼쪽은 천사, 오른쪽은 악마인 기다란 막대기에 매달린 추가 어느 쪽인가 치우쳐 있을 때 그저 그를 마주한 것일 뿐. 100%로 정의될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