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 같은 비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줄기를 사무실 창문너머로 쉴세 없이 내리꽂고 있다. 물방울은 사방으로 튀고, 물웅덩이에 잡아 먹히고, 이네 작은 내를 일구고 나면 그다음은 아래로 아래로 기약 없는 여정을 시작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비가 좋았다. 비릿한 강물 냄새도 좋았다. 그 위로 희뿌옇게 드리운 물안개도 좋았다. 해질 무렵 반짝이는 윤슬 사이로 높이 뛰기 하듯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의 춤사위도 즐겼다.
그래서 머리가 뒤죽박죽 엉킨 실타래가 되거나 혹은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듯 빈깡통소리가 나면 그저 강을 바라보거나, 내리는 비를 응시했다.
뭐든 다할 수 있을 듯 적극적이고 거침없는 빗줄기는. 위에서 아래로 묵직하게 흐르는 강물은. 사실 자신이 향하고 있는 목적지도 경유지도 방향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거침없이 이견 또한 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그들의 뚝심에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빈깡통이 조금씩 차고 엉킨 실타래가 느슨해진다.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회사직원이 나를 보고 얘기한다
"왜 이렇게 말기를 못 알아들어! 저번에도 그러더니! 내 말이 이해가 안 돼?!"
차라리 입 없는 빗줄기랑 대화하고 싶은 날이다. 아니면 내가 그냥 비가 되버리던가...
오늘은 엉킨 실타래나 빈깡통이 아니라 진상을 떨쳐 버리기 위한 멍 때리기로 빗줄기가 쓰일 듯하다.
ㅜㅜ 비가 좀... 많이 와야 할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