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에선 법정 교육으로 성희롱예방교육을 1년에 한 번 받고 있다.
그렇게 성적 농담을 하지 마라, 개인의 옷이나 신체에 대해 평가하지 말아라.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말란 교육을 수도 없이 해도... 변하지 않는 사람은 많다.
그중 한 사람이 오늘 내 앞에서 쓸데없는 농담을 하기에 내가 시원하게 한방 먹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회사에서 정밀검진을 하고 있다. 정밀검진은 실시할 검진항목을 이전에 실시한 검진 항목과 결과를 비교해 가며 일일이 정해서 예약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직원과 함께 상의해가며 예약을 진행한다. 직원 한 명이 건강관리실로 들어왔다.
[네. A님 검진 예약 도와드릴까요?]
[아. 네].
[이번에 검진받고 싶은 항목이 있으신가요?]
[뭘 해야 할 지몰라서요. 어떤 걸 하면 좋을까요?]
모니터의 검진항목을 확인하려는 듯 직원이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검진항목은 모니터에 없고요. 앞에 게시판에 붙여져 있으니까 그거 확인하시고 항목 정하세요]
하며 나는 게시판을 정중히 손으로 가리켰다. 저리 떨어져 멀리! 의 표현이었다.
[아. 네. 그럼 간호사님이 알아서 정해주세요.]하며, 내 옆에서 한 발 물러섰다.
[그럼. 이번에 대장내시경을 하실 건가요?]
[음.. 대장 내시경은 잘 모르겠고. 이걸 한번 해볼까요?]
하며. 유방초음파를 손으로 가리키고는 씩 웃어 보였다.
'아... 이 자식 아직도 버릇을 못 고쳤네..!'
전적이 한두번인 인간이 아니었다. 오늘은 반드시 확실히 짚고 넘어가리라 다짐하며 친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유방초음파 실시하실 거고요. CT는 어떤 항목으로 하시겠어요?]
[아니. 농담으로 유방초음파 하겠다고 했는데. 그걸 진짜 예약하려고 하면 어떡해요?]
하며 또 다시 느끼하게 웃었다. 나는 정색하며 대답했다.
[저는 방금 A님께 검진 예약을 도와드린다고 했지. 농담하자고 말씀드린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남성분도 유방암 발생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생각하신 데로 유방 초음파 하세요!]
[아니.. 아니 농담이라니까요. 농담!] 손사래를 치는 직원에게
나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시선과 키보드를 치던 손을 거두고 의자에서 일어서 직원을 똑바로 응시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다음부터 농담하러 건강관리실에 오지 마세요. 저는 건강상담하고, 상처치료하며 직원들 건강관리하는 사람이지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 하자고 회사에서 월급 받고 있는 거 아닙니다.]
[거참. 농담 한번 한 거 가지고 되게 까칠하게 구네.]
슬슬 눈치를 살피던 직원은 "CT는 뭘 찍어야 하나" 하며 게시판 쪽으로 슬쩍 몸을 틀었다.
남자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직장에서 대화 중 어느 선까지를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어느 선까진 허용해야 하는지 애매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할 때는 건강관리실에서 혼자 근무하는 나에게 찾아와 성적인 단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한다거나, 물리치료를 한답시고 앉아서 계속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 보는 직원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계속 볼사람인데 내가 과한 반응을 보이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당황하지 않을까? 나를 예민한 사람 취급하지 않을까?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적도 숱하다. 그런 일들을 무수히 겪으면서 지금의 내가 확신으로 굳힌 생각은 절대로 불편한 감정을 참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적인 농담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으로 인해 상대방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자신이 위트가 철철 넘치는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네가 하는 말은 겁나게 추잡스럽고, 짜증 나니 그 입 좀 닫아 줄래?라는 나의 생각을 정확하고, 단호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가 편하다. 좀 까칠하면 어떤가? 듣고 싶은 않은 것을 듣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는 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