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움이 사용 설명서.

by 발돋움

여름엔 물 섭취를 늘려야 한단다.

땀 배출이 많이 되니 당연한 말이다. 얼마 전 아랫배가 묵직하고, 화장실이 자주 가고 싶던 차에 회사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소변에서 백혈구가 나왔다. 방광염이라고...


[피곤하지 않게 푹 쉬시고, 물을 많이 드세요]


이를 계기로 커피 한잔을 마시면 물 두 컵은 이어 먹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하다 무시로 컵을 들어 올리니 이전 보다 물을 많이 먹는 건 문제가 아닌데, 이에 어쩔 수 없이 따라붙는 불편한 점은 화장실을 무지하게 자주 간다는 것이다. 참으로 귀찮다. 한 시간에 한 번은 족히 들락거리는 듯하다.


화장실에 다녀오면 자동 수전에 손을 가져가 물을 축인 후 오른손으로 물비누를 쭉 짜서 양손을 야무지게 비벼댄다. 그런 다음 또 자동수전에 손을 가져가 손이 뽀드득거릴 때까지 문지른다. 그런 다음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손을 가볍게 털고 건조대에 빨래를 널듯 30초간 서서 핸드 드라이기 밑으로 손을 쑥 밀어 넣는다.

윙~우렁찬 소리와 함께 손가락에 묻은 물방울을 튕겨내는 거센 바람이 기계에서 쏟아져 나온다. 웬만한 드라이기 보다도 핸드드라이기 성능이 더 우수한 것 같다. 머리 감은 후에도 드라이기 대신 효과가 만점일 것 같다는 생각을 사용할 때마다 해보지만,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은 없다. 핸드 드라이기 밑에 축축한 머리를 드리우고 바람을 쐬고 있는 모습이란.... 나에겐 아무리 효율적 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 충격적인 장면이 될게 분명하니까.

손을 오징어 굽듯 앞뒤로 잘 뒤집어 가며 굵은 물방울이 튕겨나가고 잔 수분감이 남은 손을 말리다 무심히 핸드드라이기의 설명서가 눈에 들어온다.



*사용전압 : 220V / 60Hz

*최대소비전력 : 1800w

*건조시간 : 20~25초

*기계에 이상이 발생할 시 전원을 차단한 후 구입처에 문의하십시오.

*연속적으로 40초간 사용 시 자동으로 작동이 정지되며, 다시 손을 가까이하면 사용이 가능합니다.



꽤 자세한 사용설명서가 핸드드라이기 정면에 떡하니 붙어 있었음에도 나는 한 시간에 한 번씩 번질나게 드나들며 왜 이 문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가?



*식성 : 잡식.

*최대 많이 먹는 음식 : 고기

*눈 떠있는 시간 : 아침 6시 반부터 밤 10시 반

*갑자기 예민해지거나, 눈을 부라리면 당황하지 말고, 소화제를 먼저 먹이시오. (소화가 잘 안 됨)

*밤 10시 반 이후엔 눈이 떠있다 하여도 수면 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중요한 대화는 다음날 진행 바랍니다.


내 이마에도 사용설명서가 붙여져 있다면 뭐 이런 정도일까?

엉뚱한 상상에 씩 웃어 본다.

이렇게 오늘도 한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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