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들은 "너랑 다시 안 볼 거야!"하고, 싸우고 집으로 들어오면 문을 '쾅!'닫는 게 아니라, 한쪽 발을 살짝 끼우고 닫는다고 한다.
나는.
다시 안 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한결같이 시원하게 쾅쾅! 문을 닫아 댔다. 아마. 실제 문짝이면 아작이 났을 것이다.
교환일기까지 주고받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나를 외면하고 다른 친구에게로 돌아섰을 때도.
주저하다 꺼낸 비밀 이야기를 야무지게 소문냈던 친구에게도.
직장동료인 사람이 마음대로 선을 넘으려는 시도를 했을 때도 여지없이 칼 같은 선을 그어댔다.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 감정에 솔직하고, 정직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마음속으로는 이미 차단해 놓고 겉으로는 문을 다 닫지는 말아라?
이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어찌 보면 치사해 보이기도 하고 주위사람들을 그럴듯하게 속이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지를 남겨두란다. 살면서 어찌 될지 모르니 그리 단호하지는 말란다.
두루뭉수리, 미적지근, 술에 술 타고 물에 물탄 듯해 보이는 이것이야 말로 삶을 살아가는 최고의 지혜일 수도 있다고 탈무드는 내게 이야기했다.
어쩌면 휘어질 줄을 몰라서 이제껏 그렇게 부러지면서 살아왔을지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아예 잘라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풍파 없이 너그러이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 언제쯤 나는 그것이 가능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