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밥 한 덩이 같은 묵직한 물폭탄에 반찬같이 꼬솜한 분무기 스프레이를 촥촥~
나 배불러요~를 발사하듯 대친 시금치 같던 잎사귀가 다시 중력을 거스르며 쫙~ 기지개를 켰다.
이쁜 것들... 요맛에 화분을 또 들인다.
비가 추적추적.
비가 오면 그렇게 삼겹살이 땡긴다. 혹자는 지글지글 고기를 굽거나, 기름에 튀겨지는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해 자기도 모르게 그런 음식들이 비 올 때 생각이 난다고도 한다. 그러나, 치느님과 겹살이 형님은 늘 옳으신 분들이 아닌가! 아침에 눈뜨자마자 밥상에서 영접해도 저어 할 수 없는 분들인데, 어찌 비 오는 날 외면하리오. 문제는 어제 이미 고기를 먹었다는 것. 애들한테 고기랑 라면 좀 그만 쳐드시라고 잔소리 잔소리를 하는 건강을 끔~찍이 생각하는 엄마 코스프레인 내가 삼겹살 얘기를 먼저 꺼내기란 여간 껄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쩝... 마음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띠링띠링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 배고파.]
[점심 안 먹었냐? 너는 뱃속에 기생충 살지?]
[몰라. 배고파. 저녁에 삽결살 먹자.]
오호호... 눈알과 고개가 15도 정도 기울여지며 함박 미소를 입술로 지그시 깨문다.
[너 어제 고기 먹었잖아. 우리 이쁜이 그렇게 자주 고기를 먹으면 어떻게~엄마 걱정되게~]
[몰라. 삼겹살 먹을래.]
[어휴.. 우리 이쁜이가 먹고 싶다니 하는 수 없지. 그럼 이번만 엄마가 삼겹살 준비할게. 학원 잘 다녀와 우리 아둘~~~]
퇴근 후 마트로 날아갔다. 바구니에 삼겹살과 막걸리부터 안착시켰다.
퇴근 후 설거지를 하며 식빵기에 빵을 구웠다.
식빵 믹스 한 봉, 이스트 한 봉, 따뜻하게 데운 우유 1컵, 계란 1개, 캐슈너트 반주먹 콩콩 빻은 거, 아몬드 슬라이스 봉지 들어 톡톡 2번 털어 넣고 식빵 버튼을 꾹 누른다. 회사 동료 집에서 잠자던 식빵기가 우리 집에 와서는 열일 중이다. 첫째가 식빵 기를 보더니 자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놀랐던 녀석인데, 빵 만드는 기술은 일품이다. 나이 들면서 더 노련해졌나? 암튼, 해택을 톡톡히 보고 있으니, 식빵 기를 우리 집에 선사한 후배에게 구운 빵을 한 번은 대접해야 할 것 같아 다 구워진 빵을 단톡방에 올렸다. 내일 가져가겠노라고 답글도 달았다.
아침 출근 후 탈의장 가운데 빵을 펼쳤다. 두 가지 잼도 준비했다. 블루베리, 딸기로다가.
9명이 같이 쓰는 탈의장에 3명이 휴가였고, 나머지 여직원이 출근하면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내린 커피를 들고 온사람, 컵수프를 챙긴 사람, 믹스커피와 컵을 들고 들어선 사람.
역시.. 모두 먹는 데는 진심이신 분들임을 인정합니다! 땅땅땅!
맛난 조식을 탈의장에서 즐겼다. 역시 먹는 게 남는 거다.
뱃살로 남든. 두터운 친분으로 남든. 서로배려했던 마음으로 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