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정도 나는 그곳을 찾는다. 그런데 이번엔 10개월 만에 찾게 되었다.
나는 괜찮았는데 주위에서 원성이 자자했다.
가야 할 때가 되었다. 어서 다녀와라. 아무리 봐도 너무 풀렸다.
요즘 내추럴이 대세 아닌가요? 하며 축축 늘어진 녀석을 한껏 미화시켜 보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그냥 좀 가지?
네...
나는 손톱관리며, 피부관리에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 손톱 정리는 웬만하면 1주일에 한 번은 꼭 하고, 세안 후 피부과식 정도의 로션 에센스를 온 얼굴에 도포하지만, 헤어스타일만큼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특히 컬이 좀 있든 풀렸든, 길이가 길든 짧든 그것은 나에게 그다지 중요치가 않다. 머리카락 끝이 엉키거나, 목뒤에에서 머리카락 하나가 걸리적거리거나, 덥거나, 뭔가에 집중해야 할 때 나는 머리카락을 질끈 묶기 마련이었고, 묶인 후로는 미용실에서 혹은 주위에서 원하고 바라마지 않는 스타일이라곤 온데간데 없어진다. 그런 녀석에게 뭔가 애정을 쏟고 머리카락 컬 모양대로 고수하기 위해 하루종일 공을 들이는 일이란 나에겐 별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헤어스타일은 순전히 대인관계와 여론의 영향에 좌지우지되는 백화점 쇼윈도 디스플레이 마네킹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주위사람들이 학수고대하고 있고, 또 머리카락도 벌써 중단발을 한참 넘어 풀어헤치면 날개뼈를 뒤덮는 정도의 길이라 틀어 올린 머리를 하고도 꽁지가 남아 길게 늘어 뜨려 진 데다, 머리카락도 유난히 많이 빠지는 듯도 하여 겸사겸사 일주일 전 예약을 하고 미용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네 고객님~
1년에 한 번씩 보는 미용실 원장님이지만, 볼 때마다 참 독특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펌과 컷, 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지만, 자신의 헤어스타일에는 꾀나 관심이 없어 오늘 감았을 것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짧은 단발머리를 반으로 질끈 묶고 있었고 그나마도 끝이 삐죽 빠져나와 있는 헤어스타일을 아무렇게 않게 고수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의 고민과 논쟁점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칼같이 확신에 찬 답변을 하지만, 새로 매입한 아파트 대출이자가 이토록 비쌀 줄 모르고 저질렀다는 둥, 조카며 오빠 가족들에게 여태껏 돈 한 푼 못 받고 머리를 해주고 있는데 고맙다는 소리 한 번을 못 들었는데 얘기 한 번을 못했다는 둥... 누가 봐도 허당끼가 다분했다.
고객님, 누가 나보고 허당이래! 그래서 내가 속으로 그랬잖아. 자기가 허당인가? 누구보고 허당이래!
아... 예...
거기다 오지랖까지 넓은 원장님은 얼마 전 지인의 고민을 들은 이후로 어떻게 남편이 그럴 수 있냐고 열변을 토하며 내 머리카락 컷을 시작했다. 나는 분명히 조금만 자르고 세팅파마를 해주세요.라고 얘기 했는데, 자르다 보니 벌써 층이 귀부터 어깨까지 심하게 난 머리스타일이 되어 버렸다.
조.. 조금만 자르고 세팅 파마.. 해달라고...
라고 이야기 하려다가 나는 그만두었다. 에휴... 뭐 묶을 건데. 묶지 뭐..
열변을 토하며 만들어낸 내 머리스타일에 나는 정말 열변을 토할 뻔했다. 토끼털 같이 뽀글거리는 머리카락이 귀부터 어깨까지.... 세제 풀어놓은 세탁기 통 속 거품처럼 머리카락이 뽀글뽀글 몽글몽글거렸다.
봐봐. 고객님 컬이 너무 잘 나왔다~
아.... 네. 네..
값을 치르고 집에 돌아와 요가를 한 후 나는 내일까지 머리를 반드시 감지 말라는 원장님의 말을 열심히 거스르며 머리카락에 샴푸를 꾹~ 짜서 박박 감았다.
담엔 그냥 단발로 잘라 버려야겠다. 빠마 안 하고, 컷만 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