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연결 고리-코딱지.

by 발돋움

저녁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싱크대 앞에 섰다. 식사 준비를 할 때부터 코안에서 간간이 펄럭이고 있는 코딱지가 신경 쓰였던 터라 코를 킁킁거렸다. 푹푹 찌는 저녁 날씨라 신랑이 선풍기를 가져와 내 등 뒤에 비춰주고는 내가 불편해 보였는지 다가왔다.

"왜 뭐가 불편해?"

"아까부터 코딱지가 그네를 타고 있어. 내 코안에서"

"그놈에 코딱지는..."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신랑에게 나도 모두 기억한다는 표정으로

"자기. 내 코딱지에 반해서 결혼했잖아. 그렇지?"

설거지를 하다 말고 서로 한바탕 싱크대 앞에서 웃어댔다.




나와 신랑은 중학교 동기다. 남자에게 별 관심이 없어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던 나였지만, 유독 신랑에게만은 적극적이었다. 먼저 사귀자고도 하고, 먼저 결혼하자고도 하고. 물론 라면 먹다가 실수로 뱃어버린 말이었지만. 한참 썸을 타고 있던 어느 날, 신랑이 십자수 핸드폰줄을 만들어서 내게 주고 싶다며 집 앞에 와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때는 십자수 휴대폰 줄이 성의 있는 선물의 대명사였다. 나는 1분 안에 꾸미지 않은 평소 모습도 이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그때 내가 생각해 냈던 건 바로 세수!

세수를 하고 나면 피부가 뽀얗게 보인다. 피부가 까무잡잡한 나에게 금방 세수하고 난 피부가 가장 깨끗하고 깔끔해 보였던 터라. 나는 얼른 세수를 하고 집 앞으로 나갔다.

"응~ 왔어? 십자수 너무 이쁘다. 이거 어떻게 하면 뒤도 이렇게 깔끔하게 만들 수 있어? 대단하다~ "

한껏 감탄사와 칭찬과 놀라는 표정까지 플러스해서 귀여움을 떨었건만, 그날따라 옛날 남자 친구는 표정이 미묘했다.

"음.. 그래 얼른 들어가 바. "

"왜 자꾸 들어가라 그래~ 잠깐 나가서 커피라도 마실라고 했는뎅."

"아니, 뭐. 커피는 다음에 마시면 되지. 얼른 들어가~"

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얼른 들어가라는 말을 제차 강조하며.

그 순간 옛 남자 친구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집에 들어오고 5분 만에 그 이유는 밝혀졌다.

세수하면서 풀었던 코딱지가 코 바깥에 거대한 크기로 붙어 있었던 것... 한동안 거울 앞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현실을 부정하며...




그래도 우리는 4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고, 지금은 결혼 16년 차다.

싫어하는 사람은 입에 뭐가 묻으면 지저분해 보여 정이 떨어지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닦아 주고 싶고, 나없을때 이 사람 다른 데서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되는 것. 그게 사랑 아닐까?

신랑은 아직도 코딱지 관련 얘기만 나오면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와! 너 그때 어떻게 숨을 쉬는지 되게 궁금했어. 코딱지 크기가!"

"고만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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