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입니다. 자존심이 센 사람은 자존감이 낮을 확률이 높습니다.
감정교류를 잘 못하고 자란 사람은 나의 힘든 점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주위 사람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잘하지도 못합니다. 혼자 해결하려 끙끙대고, 주위 사람들을 잘 믿지도 못합니다.
아.....
맨트가 흘러나오는 TV속을 홀린 듯 바라보는 나의 머릿속이 일순간 멈춘 듯했다. 아니 어쩌면, TV속 맨트 하나하나가 차곡차곡 쌓여 빼곡히 들어 찬 그곳이 너무나 밀도가 높은 나머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심장은 요동쳤다. 갇힌 가슴속에서 커다란 비밀을 들킨 아이처럼 화들짝 놀라 허둥대며 모퉁이 아무 데다 들이받아가며 쿵쾅거렸다.
나를 찍어 누르는 말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나도 찍어 눌렀다. 더 세게, 더 아프게, 더 날카롭게.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대화보다는 침묵이 익숙했다. 힘든 일은 나의 치부이고, 치부를 말하는 건 실언이니까.
뭐든지 혼자 해결하려고 애썼다. 나를 도와줄 유일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도 잘 모르는 나.
그래서, 그랬구나...
4형제 집에 셋째. 여섯 식구였지만 집안은 전혀 다복하지 않았다.
매일 술로 살아가는 아버지.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만 했던 어머니.
다툼, 고성, 물건이 흩어지고 부서지는 소리, 흐느낌이 상주했던 집에선 늘 고통과 슬픔, 한숨,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는 늘 불안했고, 삶이 전쟁터였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노역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지키며 살아내야 했었다.
오늘 나는 말없고, 수줍음 많고, 늘 겁에 질려 있던 왜소하고 남루한 옷차림의 어린 소녀.
어린 시절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다가가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가만히 이야기를 건넸다.
[언니가 비밀하나 말해 줄까? 너, 나중에 꽤 멋진 사람으로 자란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대해.
너의 미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