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신랑과 함께 산에 오르기 위해 등산로 입구로 차를 몰았다. 늦여름이라 태양은 맹렬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차창으로 스며드는 바람은 벌써 가을이 묻어나고 있었다. 청량한 바람에 기분 좋게 춤을 추는 머리카락을 느끼며 도착한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등산 스틱을 챙기고 장갑을 끼며 주위를 살피던 그때 주차장에 즐비하게 주차된 차량 너머 단풍나무 아래에서 실랑이 소리가 들려왔다. 유치원에 다닐법해 보이는 예닐곱 남자아이는 곤충 채집용 통을 좌우로 흔들고 얼굴은 하늘로 들이밀며 뭔가를 달라며 때를 쓰며 울고 있었다. 그 앞에서 아버지로 보이는 삼십 대 중반의 남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나무 위와 아이에게 시선을 번갈아 두다 손을 엉거주춤 나무 쪽으로 가져갔다 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침 등산하기 위해서 그 나무 아래를 지나가야 했기에 신랑과 나는 그 둘 사이로 가까이 다가갔다.
[매미 달라고 매미~ 매미 잡아 준댔잖아~~ 매미~]
[아니 매미가 준아 생각보다 너무 크고 좀 징그... 럽네... 그렇지?]
[아니. 매미! 매미! 매미 달라고 잡아달라고!]
당황스러워하는 아이의 아버지를 보고 있는데, 신랑이 어느샌가 아이 앞으로 다가가 있었다.
[아저씨가 매미 잡아줄까?]
눈물이 글썽글썽한 남자아이가 고개를 끄떡끄떡 하며 신랑을 바라보자 신랑은 맨손으로 단번에 매미를 잡아 아이에게 건넸다. 늦여름이라 여름 내내 울어대서 힘이 빠졌던 매미는 덥석 잡아도 달아나지도 않았다.
[자. 여기. 매미]
아이는 환희에 찬 눈으로 매미를 바라보다 이내 곤충채집 뚜껑을 열어 신랑 앞으로 내밀었다. 신랑은 채집통 안에 매미를 살포시 담아주었다.
[아저씨가 더 잡아줄까?]
두 마리, 새마리, 네 마리 매미를 거침없이 잡아 채집통에 넣어주자. 아이의 표정은 처음 기뻤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이내 몰라보게 시무룩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아요. 아저씨...]
[왜? 더 안필요해? 더 잡아 줄게 아저씨가]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아이 아버지도 '감사합니다'라고는 말하고 있지만, 어쩐지 석연치 않게 아이와 돌아서는 이 상황...
처음에는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신랑도 나도.
그런데, 등산을 하는 동안 곧 깨달았다. 아... 한탄도 나왔다.
남자라고 또 아버지라고 다 곤충을 덥석 잡는 게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데.
신랑처럼 어렸을 때 파리를 산채로 잡아 날개를 다 때 버리고 통통 뛰어다니는 녀석을 가지고 놀고, 들에 다니며 메뚜기며 여치, 방아깨비 잡는 재미로 유년을 보낸 사람과 곤충 한번 접해보지 않고 도시에 살았던 사람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나. 근데 더 중요한 건 아이에게 비칠 아버지가 대체 뭐가 되냐고. 우리 아빠는 어렵고 힘들어서 엄두도 못 내는 일을 지나가는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게 막 해주네.
그 아이에게 아버지는 엄청 무능력하고, 힘이 없고, 씩씩해 보이지도 않고, 유약한 매미도 못 잡는 사람이 한순간 되어 버린 것이다.
[자기야. 우리가 잘못했네.]
[그러네. 아이 안 보는데서 잡아서 걔 아빠한테 슬쩍 넘길걸.]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이래서 인간관계는 참으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