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30분을 걸어 집으로 향하는 길.
묵직한 책가방에 뻐근한 뒷목까지 사지를 뒤틀며 터벅거려도
저 멀리 다리가 보이면 슬슬 코끝을 간지럽히는 물냄새에 나는 묘하게 엔도르핀이 솟았다.
비릿하면서도 포근하고, 상큼한 듯하면서도 텁텁한 희한한 그 냄새가 좋아 나는 유독 스트레스가 많은 날엔 다리 중간즈음 차들이 오가는 1차선 도로 옆 인도에 서서 아예 눈을 감고 폐까지 한껏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했었다.
그게 뭐라고... 그 물냄새가 나에겐 큰 위로라
한 밤 중, 혼자, 다리 위에서 나만 누릴 수 있는 호사처럼 천천히 느긋하게 그 시간을 즐겼다.
이 시간까지 노력한 너 대견해.
힘들어도 버틴 너 잘했어.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칭찬과 격려가 물냄새에 묻어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다독였다.
흐린 날. 비 오는 오후.
강가를 지나다 훅하고 밀려드는 물냄새를 맡을 때면 운전 중일 땐 차장을 열고, 걷고 있을 땐 잠시 걸음을 멈추며 물끄러미 강을 바라본다. 뭐든 다 녹여버릴 듯, 담담히 흐르는 강가에서 서서히 용해되었던 어린 나의 고충이 저 멀리 흘러가는 것을 바라본다.
이제, 여기서 여유롭게 미소 지을 수 있는 내가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