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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진

by 발돋움


뒤틀린 검지 손가락 첫마디가 카메라 앱을 꾹꾹 누른다.

분명 손가락 끝으로 눌렀는데 자꾸만 손톱옆면이 화면에 힘없이 닿았다 떨어지며 휘청인다.


처음 열리는 어플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정신이 없는지

자꾸 뭔가를 설정하라고 잠꼬대를 해댄다.


필요 없는 화면은 얼른 저리로 치워버리고 엄마에게 처음을 건넨다.

휴대전화 카메라가 끔뻑끔뻑 세상을 바라본다.


꽃 좀 한번 찍어보자.


꽃 같은 51년생 엄마가 개구진 꼬마 아이처럼 화분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리저리 각도도 맞추고, 앞으로 들였다 뺐다 거리도 견줘가며 사진을 찍는다.


무해한 미소를 하나 가득 얼굴에 머금고,

이쁜 것은 어느 하나 빠뜨리지 않으려는 정성을 담아.

휴대전화에 그득그득 꽃을 담아낸다.


퇴행성으로 내려앉은 척추가 조금이라도 덜 아플 때,

들어 올리지 못하는 어깨가 제법 제 역할을 했을 때

손가락 마디마디가 누르고 싶은 곳은 어디든 누를 수 있었을 때

진작 사진 찍는 법을 알려드릴걸.

진작 꽃구경도 자주 다닐걸

진작... 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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