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인간공학 기사 자격증을 끝으로 다시 자격증 공부를 할 생각이 없었다. 뭔가 한번 잡으면 끝장을 볼 때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인 데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목디스크가 자꾸 자신의 존재를 어깨와 목 통증으로 각인시켜 주고 있었고, 무엇보다 이제는 아등바등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좀 여유롭고 싶은 마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간절해지는 마음이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40년 이상을 살아온 것 같다. 나름에 목표가 생기면 손에 타이머를 쥐고 뛰는 사람처럼 내달렸다. 그런 삶이 꼭 싫지만은 않았다.
나는 그 덕분에 간호사가 되었고, 나름 만족스러운 직장에도 다니고 있고, 나의 존재감과 자존감을 올려주는 계기도 되었다. 나는 그것에 매료되어 자격증이며 공부에 매달렸다. 나의 행복지수가 올라기는 일이 스펙인 줄만 알았을 때는 그랬다.
"엄마, 안아줘. 뽀뽀해줘. 오늘 엄마랑 같이 잘래."
지금 중학교 2학년, 1학년인 우리 아들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평소에 자주 듣는 말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말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아이들에게 온전히 부모로서의 사랑을 주고 있는 게 맞나? 내가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 일이 뭘까? 내가 사랑하는 이들도 재쳐둘 만큼 지금 내가 하는 이 일이 중요한 일인가?
결론은 아니었다. 그래서 자격증 따기는 이제 접어둬야겠다 생각했는데, 선배가 전산회계 자격증을 한번 따 보라는 제의를 한 것이었다. 회계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선배가 퇴직을 염두에 두고 나에게 제의를 한 자격증이라 나를 신뢰하고 있는 선배의 제의와 나의 상황을 절충할 대책이 필요했다.
"선배, 이제 저 아등바등 뭔가에 매달리고 싶지가 않아요. 그냥 소파에 푹 파묻혀서 쉬는 시간이 아까운 게 아니라 저에게 충전이란 걸 알았거든요. 대신 자격증은 한번 따 볼게요. 이번에 꼭 붙어야 지란 생각 말고, 안되면 다음에 또 보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여유 있게 해보려고 해요."
선배도 그런 나의 생각에 웃으며 기분 좋게 동의했다.
한 달 정도 공부를 하고 시험장에 갔다. 인근 도시로 나가 시험을 봐야 해서 1시간 거리 시험장까지 신랑님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에 무사히 잘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로 시험장에 올라가는 중 신분증을 두고 와서 시험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는 친구 이야기, 공부를 하나도 안 해서 망했다는 이야기 등 시험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즐기며 시험장으로 입장했다.
12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시험을 치렀다. 필기와 실기로 이뤄진 시험은 처음 이라 1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고 흘러갔다.
열심히 시험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합격했을지 못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열심히 살되 너무 아등바등하지 않기로 한 나의 삶에 딱 맞는 선택을 하고 돌아와 기분은 참 홀가분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아이들과 거실에 누워 서로 껴안고 티브이나 보며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