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

by 발돋움

처서가 지나며 여름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낙엽을 만들 매서운 바람이 여물기 전 제법 선득한 바람이 두 뺨을 스치며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긴다. 그러면 나는 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는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이 청초한 바람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어서.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을 내보낸다고 했던가?'

며느리이자 딸이고, 나중에 시어머니가 될 나이지만, 참 사람은 상황에 따라 너무나 다른 감정이 생기는구나 싶다. 며느리보다 딸을 먼저 생각하는 이유가 이 따사로운 가을볕에도 숨어 있으니.


거세게 울어데던 매미 울음소리도 드문드문 들려온다. 땅 위에서 한 달을 살아내기 위해 길게는 17년 동안 땅속에서 살다 나오는 매미의 생애를 알게 되면서부터 시끄럽게 울어데 거슬리던 매미 소리도 구슬프게 들려온다. 매미에게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더 소중할까?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지하방에 물이 가득 차 올라 겨우 목숨을 건지고, 살림살이를 모두 잃어버린 사연들이 속속 들려온다. 한순간에 앗아가 버린 보금자리와 꿈.

이번 여름은 참 허탈하고 가혹했다.


새로운 가을이 찾아들었다.

코로나는 다시 정점으로 치닫고, 마스크는 벗을 날이 언제일지 막막하지만...

그래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계절은 바뀌어간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

기세를 떨치던 무더위도 언젠가는 물러나듯...

다시 웃을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우리는 지금을 열심히 살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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