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자동차가
얼룩이 자동차가 된 이유.

by 발돋움

2011년식 아반떼 흰색.

자동차 페인트를 구입하기 위해 들어간 사이트엔 자동차의 연식과 종류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색깔이 있어 나는 눈이 동그래 졌다. 단순히 흰색, 검은색, 회색, 빨간색, 파란색? 정도라 생각했는데, 100개는 족히 넘어 보이는 색상들이 펼쳐져 있었다.

[카디프 그린, 오닉스 블루, 쉐이드 브론즈, 텐저린...]

거기다 자동차에 페인트만 단순히 뿌리는 게 아니라 색을 칠하기 전 착색이 잘되게 하는 프라이머, 긁힌 자국을 없애는 컴파운드, 작은 흠집을 메꿔주는 퍼티... 종류도 어찌나 많던지. 하나하나 찾기도 버거울 지경이다.


얼마 전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다 뒤 범퍼를 벽에 가볍게 쿵~ 박았다. 균일하게 뒤 범퍼를 박는 바람에 찌그러지거나 흠집난 곳이 없다 생각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범퍼 페인트가 쪼개지며 떨어져 나갔다. 거기다 예전 주차하다 보드블록에 긁힌 자국과 보조석 문짝 밑에 찍힌 자국까지. 나에게 범퍼 페인트 조각이 떨어지며 눈에 가시가 된 자동차의 많은 흠집들이 한꺼번에 해결해야 할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그래, 페인트가 떨어졌으니까 페인트를 사서 뿌리면 되지 뭐."

흰색 페인트를 사고 착색이 잘되기 위해 프라이머도 구입했다. 그리고 뿌리고 말리면 끝!이라 생각했다. 아주 가볍게. 그러나 결과는 전혀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다른 곳에 튀지 않도록 비닐을 붙이고, 먼저 프라이머를 뿌렸다.

'헉.'

프라이머는 짖은 회색이었다. 흰색 차량 범퍼에 검은색 얼룩이 더욱더 도드라져 보였다. 흰색 차량에 멍이 들었으니, 내 자동차가 이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설명서를 읽을 겨를도 없이 나는 흰색 페인트를 범퍼에 뿌렸다.

'허걱...'

이번엔 짖은 회색 프라이머와 흰색 페인트가 섞여 범퍼 아래로 줄줄 흘러내렸다.

낭패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혼자서 오만상을 쓰고,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시작하지 말 것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마냥 쉽게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더 이상의 낭패를 막기 위해 흘러내린 페인트를 수건으로 얼른 닦아 냈다. 범퍼에 프라이머와 흰색 페인트가 얼룩덜룩 묻어 버렸다.

"그래 이제는 프라이머 말고, 흰색 페인트만 공략하자!"

흰색 페인트를 뿌려댔다.

'칙~' '어!' '칙~''어어!'

페인트를 뿌릴수록 프라이머는 계속 흰색과 섞여 갔다.


나는 오늘 엉덩이가 얼룩덜룩한 흰색 아반떼를 타고 출근했다.

'그래... 그러면서 중고차가 되어가는 거야... 그래야 다음에 범퍼가 긁혀도 별로 아깝지 않게 돼... 12년 탔으면 저 정도의 상태는 정상이지 않나?'

오만가지 자기 위로와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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