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구운 빵을 갓 내린 아메리카노와 즐기는 기분은 휴일의 유유자적한 만족스러움을 배가시킨다. 그렇다고 내가 뛰어난 베이킹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요즘은 정말 요리하기 편하게 잘~ 나온다. 갓 구운 빵을 즐기되 힘은 별로 들지 않는 '생지'.
피넛과 사과파이, 소시지 빵, 커피번, 마들렌, 와플까지 오늘 아침은 빵의 종류가 참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커피번'은 참 나에게 사연이 많은 빵이다.
회사 입사하고 8년 되던 해.
입사 동기들은 모두 기간제 2년이 마치고 정규직이 되었다. 나만 기간제 종료 후 무기 계약직이 시작됐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간호사이기 때문이었다.
공부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지지 않게 일도 많이 했다 자부하고, 회사에서 실시하는 판촉도 미친 듯 매달려 회사 전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정규직에 대한 그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그러면서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도 같이 떠밀려 갔다.
거지 같은 이 회사를 그만두겠노라 다짐하며 8급 간호직, 양호교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공채시험까지 아이를 시댁에 맞아놓고 이곳이 아닌 더 좋은 회사를 가보겠노라 미친 듯이 매달렸다.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 이 조직에 더 이상 비굴하게 붙어있지 않고, 보란 듯 더 좋은 직장에 합격해 멋지게 사표를 날리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보란 듯, 다 낙방이었다. 그중 양호교사 시험은 1,2차 시험까지 다 합격하고,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나는 절망에 늪에 빠졌다.
다 싫었다. 나에게만 칼같이 허락되지 않는 이 세상도 싫었고, 무엇하나 이뤄내지 못하는 나 자신도 미웠다.
그러던 중 평소 내가 좋아하던 커피번을 신랑에게 퇴근길에 사 올 것을 이야기하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신랑이 한참 후 빵이 가득 든 봉지를 들고 집에 들어섰다.
"커피번이 다 떨어졌네. 서너 군데 가봤는데, 아무 데도 없어. 대신 다른 빵 많이 사 왔어 먹어봐"
나는 그날... 정말 대성통곡을 했다.
'나는 커피번 먹을 자격도 없냐고, 왜 커피번도 나에겐 허락되지 않는 거냐고!'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절실하게 정규직이 되고 싶어 안 날이 났을 때는 허락되어 주지 않던 기회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 버리자 찾아왔고, 나는 지금 그 회사에 입사하고 17년째 다니고 있다.
다른 사람보다 정규직이 늦게 되는 바람에 같은 간호사 친구들 월급의 반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는 요즘 회사 생활이 만족스럽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일을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여유 있고, 휴가 내는 것도 눈치 보지 않고 낼 수 있으며, 회사 내 전문직으로 내 업무에 대해 주변 사람의 터치가 적어 내 생각대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
어쩌면, 아직은 모를 수도 있다. 나에게 닥친 실현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