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밤사이 한반도 호랑이의 꼬리를 치고 지나갔다.
내가 사는 지역엔 밤사이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갔지만, 직격탄을 맞은 부산과 제주도 상황이 궁금해 휴대전화 뉴스를 기웃거리며 피해상황을 살피다 태풍에서나 들을 법한 미담 하나를 발견했다.
인도를 점령한 커다란 트럭은 생각만 해도 불쾌한 일이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에 육중한 트럭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면 길을 걷다 멈칫할 만큼 숨이 턱 막힌다. 보편적인 사람들의 반응은 이러할 것이다.
'주차할 곳이 없으니 인도에 까지 차를 올리네. 짜증 나게'
그러나, 트럭의 목적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태풍상황에서 전면이 유리창으로 된 매장은 강풍에 취약하다. 그런 매장의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매장에 바짝 붙여 차를 주차한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진다.
'아이디어가 좋다. 트럭도 아무 문제없이 지나가길 기원한다.'
'위기 극복이 취미인 대한민국 국민들'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 저런 마음들이 모이면 뭐든 이겨낼 수 있습니다.'
란 찬사가 쏟아진다.
나는 이 기사를 보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그럼 무엇을 보고 반응해야 진정으로 옳은 반응일까?
인도에 덤프트럭을 새워놓은 기사들에게 모두 세워 놓은 목적을 일일이 묻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섣부른 판단이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그 이유가 개인적인 일이든, 공적인 일이든, 모든 일어나는 일들은 다 이유가 있다.
현재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서 행동으로 옮기고 그래서 빠르게 도출된 결론만이 익숙하고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살짝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뀐 신호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차량 속 운전자도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져 있을지 모르니, 신호 한번 정도의 여유로 그의 고민에 약간의 힘을 보태줄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