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12분...
저절로 눈이 떠졌다. 한번 잠이 들면 업어가도 모르는 내가 눈이 떠졌다는 건. 십중팔구 소화가 안된다는 신호다. 오른쪽 갈비뼈 밑을 지그시 눌러본다. 아니나 다를까 통증이 밀려온다.
나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예민한 성질머리라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위가 멈춰서는 게 느껴질 정도다.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경련성 통증이 밀려온다. 그러면 나는 다 익은 새우의 구부러진 허리처럼 몸을 웅크리고 한참을 누워 있어야 겨우 진정이 되곤 한다.
'최근엔 그리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었는데...'
어제저녁 늦은 저녁에 허기가 밀려와 이것저것 급하게 먹은 음식들이 문제를 일으킨 모양이다.
"천천히... 욕심을 줄여야지... "
소화제를 먹고 불 꺼진 거실 소파 중앙에 앉아 머리를 뒤로 기댄 채 배를 문지르던 나는.
내가 한 말을 다시 한번 곱씹는다.
'욕심...'
나의 인생을 돌아보면.
내가 욕심을 부려 내 것이 되었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부모의 사랑, 우정, 동료애, 승진. 거기다 지금 깨달음 음식까지...
가지지 못한 것에 인생의 모든 초점을 맞추고, 가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좌절될 때마다 내가 나 자신을 할퀴고, 헐뜯어 피고름을 만들어대던 나날들 속에서.
가지려고 하면 할수록... 안달이 나면 날수록... 조롱하듯 목표는 멀어져만 갔다.
그 중심에 욕심이 있었다.
다른 이가 가진 것은 나도 가져야 하고, 나도 당연히 누려야 한다는 욕심.
내려놔야 한다.
아니, 내려놔야만 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더는 그렇게 나 자신을 해코지하며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내려놓고 나야만 비로소 보인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나도 충분히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보다 몇 년을 뒤에 입사해도 나보다 승진이 빠른 후배도,
연봉을 나보다 두배나 더 받는 친구들도,
대인관계가 좋아 아무와도 허물없이 지내는 지인도,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들도 다, 무언가 부족한 것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해, 자격증 시험을 칠 때 훨씬 수월해졌고,
어려운 많은 사람과의 대인관계를 겪으며, 깊이 있는 몇 명과의 대인관계를 하게 됐고,
연봉이 남들보다 많지 않아도 한 번도 밥을 굶어본 적도 없고,
내가 먹고 싶은 맛있는 커피 한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사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버리거나, 교육을 시켜주지 않거나, 못 먹여 키우지 않은 부모가 있고,
결혼하고 16년 동안 나만 바라보고, 잘 때도 꼭 안아주는 신랑이 있고,
크게 아픈 곳 없이 잘 자라고 있는 아들이 둘이나 있다.
이렇게 내가 누리고 있었던 많은 것들이 그제야 보인다.
그리고
많이 소중해지며...
너무나 감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