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도서관을 들렀다.
[좀머 씨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어서.
아들 녀석은 1층으로 나는 2층으로 향해 각자가 원하는 책을 고르고 입구에서 만나기로 가볍게 약속하고 2층 계단을 올랐다.
생긴 지 그리 오래지 않은 군립도서관 1층 어린이 도서 공간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종종 들러 익숙했지만, 2층 성인 도서대여 공간과, 독서실은 처음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시절.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낸 장소.
도서관은 나에게 참 의미 있는 공간이다.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 도서관에 자주 갔다기보다는...
집에 있기 싫어서. 마땅히 할 게 없어서.
또,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은 누가 봐도 헛대이 보낸 시간은 아니기에 집을 피해 도서관으로 자주 향했다.
학창 시절 교우관계가 좋았던 것도 아니라 주말에 약속을 정해 만날 친구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늘 불안 불안한 집에서 마음을 졸이며 있기보다는 그냥 도서관에서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 편이 훨씬 좋았다.
많은 책들 사이에 내가 서 있으면, 파란만장한 책 속 내용들에 비해 나의 삶이, 나의 환경이 그다지 큰 문제로 비춰지지 않았고,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종이 냄새가 좋아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책을 고르는 사이 둘째가 2층으로 올라왔다. 역사책을 골랐기에 '여기서 잠깐 읽고 갈까?' 하는 나의 속삭임에 고개를 끄덕여 자리를 잡고 앉았다.
책을 읽다 문뜩 발견한 책상 낙서에 나는 웃음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웃프다고 해야 할까?
[공부하기 싫어 죽겠다]
맞다. 나도 공부하기가 참 싫었다. 늘 내 마음속 게으름과의 싸움이었다.
글을 본 후 주위를 둘러보니 책상에 엎드려 있는 사람이 반이 넘는다.
얼마나 지칠까? 학생, 취준생, 자격증 시험을 앞둔 직장인.
모두 저마다 목표를 향해 이곳 도서관으로 향했지만, 그것을 성취해 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오랜만에 들른 도서관에서 참 많은 생각과 추억에 잠겼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지금 이렇게 도서관을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좋은 장소로 기억할 수도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뿌듯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