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면 위험합니다.

by 발돋움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지 못해 전전긍긍하다. 얼마 전부터 혼자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천천히 여유롭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아무도 누군가가 혼자 식사하는 것에 이질감을 느끼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 또한 혼자 밥 먹는 게 아무렇지 않고 오히려 편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밥을 혼자 먹기 시작한 나는 이제 다른 일도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못하던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묘한 쾌감이 있다.


내가 이제껏 해보고 싶었으나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일은...

고속도로 운전해서 멀리 혼자 여행 가기,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보기, 무대에서 춤추기...

일종의 버킷리스트다.


고속도로 운전은 신랑의 과잉보호? 잘 돌아다니지 않는 나의 성향? 뭐 이런저런 이유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내차는 3년 된 중고차가 내게 와 8년이 더 지나도록 집, 회사만 왕복하고 있다. 그래서 내차엔 그 흔한 내비게이션도 하이패스 카드단말기도 없다. 복잡한 도로는 요리조리 막힘없이 운전을 잘하지만, 속도를 조금만 더 내면 긴장모드에 돌입한다.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보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혼자 외부교육을 가게 되면 곤혹스럽기가 그지없다. 모르는 사람과 식사, 교육을 해야 하고, 혼자 낯선 곳에서 잠을 자야 하니... 호텔 입구에 의사와 테이블을 끌어다 놓고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잠을 청한다. 이건 무슨 청승인지... 범죄영화와 뉴스의 모든 사건들이 나에게만 예외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 혼자 있으면 더 무서웠다.


무대에서 춤추기는...

나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영원한 꿈이다. 아무도 내가 무대에서 춤추는 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철저히 내성적인 삶을 살았으니까. 그런 내가 고등학교 때 반 아이들이 무대에서 칼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뭔지 모를 희열을 느꼈고, 그러면서 꿈이 생겼다. 나도 언어 말고, 몸으로 내 생각과 마음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한껏 표현해보고 싶다는 것. 멋있어 보였다. 춤을 추는 그들이.


언젠가 한 번은 깨보고 싶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기댄 채 살아가고 있는 나약한 나 말고.

당당하게 홀로서도 부끄럽고, 두렵지 않은 나로.

이제까지의 나에게서 또 다른 나로.

나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기대기만 하는 삶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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