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토나 진단 키트에 말라붙은 시약의 역할

by 발돋움

추석이 끝나면서 회사 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하루 확진자가 추석 이후 하루에 10명 이 쪽 저쪽은 되는 것 같다. 그럼 나는 열심히 코로나 키트를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확진자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한 직원은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키트는 4가지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테스트 스트랩, 추출 시약, 시약 캡, 그리고 검체 채취용 면봉.

나는 키트 포장을 위해 10 × 24cm 크기의 지퍼백을 구입해서 키트 상자를 열어 구성물이 빠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하나씩 넣어 포장한다.


열심히 포장에 열을 올리고 있을 즈음 회사 직원이 건강관리실로 들어오며 내게 무언가를 건넸다.

"시약이 말라 있어서 이건 못 쓰겠어요."

받아 든 키트에는 말라붙어 있는 추출 시약이 보였다.


키트의 구성품은 4가지이지만 그중 하나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이 키트는 코로나 항원을 잡아낼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나머지 세 녀석들은 아무 문제없이 사용을 위한 준비를 마쳤는데, 한 녀석 때문에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렸다.

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이 때문에 나의 존재가 쓸모없어지다니...


괜히 말라붙은 시약 하나에 좀 서글프다.


사용하지 못하고 미뤄뒀다가 구입한 업체에 시약이 말라붙어 못쓰게 됐으니 시약을 좀 더 보내줄 수 있겠냐는 문의 전화를 했더니, 뜻밖에 대답이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한 박스를 더 보내드릴게요."


업체 직원의 대답에 감사인사를 전하기 전 나는 잠깐 멈칫했다.

말라붙은 시약의 역할도 분명히 있음에...

세상은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을 것투성이다. 어찌 보면 삶 자체가 그런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세상 모든 건 단정 지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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