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해석방법.

by 발돋움

수요일 아침.

심심풀이로 깔아놓은 오늘의 운세창에 오늘의 운세 확인알림이 떴다.


[ 비를 머금은 구름은 가득 떠 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고 목이 마른 운세입니다. 이제껏 잘 지내오던 일도 싫증이 나고 세상만사가 원망스럽기만 하며 모르는 고민을 혼자서만 끙끙 앓고 있으니 고독한 마음에 절망이 가득합니다.

특히 안팎으로 일에는 중심을 잃고 방황하게 될 염려가 있으며 주위에서 굳게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할 우려도 있으니 정도를 지키녀서 불운을 면해 나가야 합니다. ]


운세대로라면...

나는 오늘 마음도 엄청 힘들고, 사람들한테 배신도 당하고, 방황하고...

불운덩어리인 날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오늘이 불운덩어리인지 확인해 보기로 했다.

아침 출근 후 커피한잔을 마시고, 아픈 직원들을 치료해 주고, 업무를 보고, 상담할 직원들과 상담도 하고.

누구하나 나에게 트집을 잡거나, 손톱만큼도 헐뜯는 말을 듣지 않고 오전시간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마음이 아주 편안했다.

점심식사를 하고, 친구와 저녁약속을 잡았다.

오후 업무시간도 아주 무난했다.


퇴근 후 친구를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까지 길을 나섰다.

7시 30분까지 만나기로 한 친구가 7시 10분인데 벌써 장소에 도착했단다. 평소에 10~20분은 거뜬히 늦던 친구라 여유있게 출발했는데, 오늘따라 빨리 준비를 마친 모양이다. 마음이 급해 약속장소까지 뛰다 걷다하며 종종걸음으로 걸었다.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친구가 또 전화가 왔다.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 테이블 정리도 안되어 있고, 너무 어수선해. 으~윽!"

친구의 짧은 비명에 "왜?왜?"하니,

정리안된 테이블 의자에 앉았다가 음식물이 옷에 묻은 모양이었다.

"안되겠다. 나와 딴곳에 가자."

친구와 나는 오랜만에 저녁밥도 하지 않아도 되고 여유있게 보내는 시간이라 느긋하게 저녁장소를 물색하다 새로생긴 마라탕집을 발견했다.

"저기로 가보자!"

새로생긴 집이었지만, 인테리어엔 영 관심이 없으신지, 이전에 미용실을 했다는게 그대로 느껴지는 식당이었다. 처음가본곳이라 두리번 거리니 사장님이 바구니에 마라탕에 넣을 내용물을 골라서 무게를 달아 계산하면 끓여 주신단다.

그래서 이것 저것 한바구니 가득담아 계산을 했다.

그런데 사장님 표정이 영 시큰둥하더니

"원래 한분당 한 그릇씩 시켜서 드셔야 되는건데, 이렇게 드릴께요." 한다.

친구와 나는 그렇게 대식가가 아니라, 많이 시켜도 다 먹지 못할께 뻔하니 '네~'하고 자리에 앉았지만, 영 눈치가 보였다.

마라탕은 그런데로 맛이 괜찮았고, 양도 친구와 내가 나눠먹기에 딱 알맞은 양이었다.

"잘먹었습니다~" 경쾌하게 인사를 하고 다음 코스 커피숍으로 향했다.

강가에 있는 커피숍으로 가기 위해 인도를 걷고 있는데, 커다란 SUB 한대를 친구와 나의 곁을 5cm?정도 가까이 스쳐가더니 우리가 가는 길 앞 인도로 타이어를 올려 주차를 했다. 한마터면 차에 부딪힐 뻔했다.

차에선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요즘 애들은 운전을 너무 허막하게 해..."

둘이 고개를 내져으며 커피숍으로 향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네버엔딩 스토리를 이어가던 중 10시가 넘어 이제 집으로 향하는 길에선 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이 길을 막고 음악이 나오는 휴대전화를 쥔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옆을 지다가다 혈란한 춤사위에 우리둘은 부딪힐뻔했다. 무한 긍정 친구는 그 옆을 지나가며 피식 웃더니 그런다.

"젊음이 좋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워 오늘 하루를 마감했다.


오늘 하루는 오늘의 운세처럼 정말 불운 덩어리 였을까?

물론, 처음 음식점에서 사람이 많아 다른 음식점을 찾아야 했고, 길을가다 차에 치일뻔도 하고, 춤추는 아이들과 부딪힐 수도 있었고, 마라탕집 아저씨때문에 눈치도 살짝 보이긴 했다. 그러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커피도 마셨던 일이 나에겐 더 크게 자리잡아, 그리 불편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고, 오히려 기억에 남는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부딪힐 뻔한 일을 젊음이 좋다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만 가지고 있다면...

매일 매일이 그저 편안한 하루가 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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