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 뭘 해야 할까?
나는 생일날 뭘 해야 할지, 마치 생일을 처음 맞이하는 사람처럼 며칠 전부터 고민이 됐다.
요즘 마음이 좀 힘들었던 나에게 생일을 맞아 선물을 하고 싶은데, 특별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더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너는 생일 때 뭐하냐?"
밥을 먹다 말고 회사 후배에게 뜬금포 질문을 던졌다. 매해 생일이면 휴가를 내는 후배였기에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만 같았다.
"그냥 날 위해 써요. 집안일 안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고 싶었던 것도 하고"
뻔한 대답이었다. 뭔가 특별한 걸 기대했는데...
어제 회사 동료들과 생파를 거하게( 고기 먹고, 노래방 가공...) 달렸던 탓에 오늘 오전에는 그냥 사람이 아니라 '나 숙취님'으로 시간을 보내다 도저히 이건 아닌 것 같아 반차를 내고 집으로와 바로 침대로 향했다.
3시 반쯤 첫째가 마쳤는지 전화가 왔다. 그래도 아직 두 아들 녀석은 학교 마치면 마쳤다고, 학원 가면 간다고, 전화가 곧잘 온다. 통화를 하면 또 학교에서 있었던 나름 커다란 에피소드들은 상기된 어조로 쉼 없이 풀어놓는다. 덩치는 산만한 녀석들인데도, 그러는 걸 보면 너무 귀엽다.
"엄마, 나 마쳤어~"
"응.. 얼른 와."
"엄마 집이야?"
"응 "
"휴가 냈어? 왜?"
"... 옆에 친구 있냐?"
"아니 없어"
"엄마 어제 생파를 너무 달려서 오늘 죽을 것 같아서 퇴근해부렀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어때. 알았어~"
가끔, 마흔이 넘은 나보다 15살 첫째 녀석이 이해심이 더 넓은 것 같아 놀랄 때가 많다. 연륜에서 느껴지는 뭐랄까? 깊은 인간에 대한 이해랄까? 되지도 않는걸 무논리로 몰아붙일 땐 딱 사춘기 중2인데, 또 요럴 땐 든든한 상남자 같다는...
든든한 상남자님이 자신만의 요리 철학(수프는 면을 다 익힌 후 넣고, 청양고추는 제일 마지막에 넣어야 식감과 수프 향이 완벽하게 올라온다나 어쩐다나)으로 끓여준 해장라면까지 먹고, 이제야 정신이 좀 들어 노트북을 켰다. 요즘 중학생들에게 지급해준 노트북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가볍고, 높은 사양이 그다지 필요가 없는 글쓰기에는 안성맞춤이라 아이들보다 내가 더 교육청 지급용 노트북을 자주 애용한다.
신랑은 늦고, 아이들은 다 학원을 가고...
거실에 혼자 앉아 아침에 신랑이 내려줬으나 속이 좋지 않아 먹지 못하고 텀블러에 담아뒀던 커피를 이제야 마시며 노트북을 꺼내 들고 오늘 하루, 얼마 남지 않는 내 생일을 되돌아본다.
정말 온전히 나만을 위해 오늘 하루를 보내긴 했다. 그리고 많이 편안하고 여유로웠다.
그래서 좀 행복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행복은 늘 내 옆에 있는 것 같다.
그저... 내가 그걸 느끼냐 느끼지 못하냐의 차이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