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understand.

by 발돋움

한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일까?

"응. 이해해."

우리는 참으로 쉽게 이 단어를 사용한다.


'understand.- 아래에 서 있다.'

외국에서도 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보다 아래에서 그 사람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 눈높이에서 바라보던 그 사람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회사동료 중 집안에 우환이 굉장히 많았던 A선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동생의 병환에 최근 들어 자녀에게도 새로운 병이 생겼다. 그 자녀와 병원을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다 고속도로 공사로 잠시 정차 중 뒤에서 달려오던 트럭에 부딪혀 교통사고가 났다. 그래서 차량은 불에 타버리고 A선배는 경상을 입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교통사고 소식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어깨에 짊어진 듯 위태위태했지만, 꿋꿋하게 버텨온 A선배를 운명은 가혹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예 일어서지 못하도록 지그시 짓밟는 느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더 의아했던 것은 B선배의 행동이었다.

A선배와 돈독하기로는 이루 말할 수가 없어, A선배 시어머니 장례 때도 개인 휴가를 내 돌봤던 B선배였지만, A선배의 이야기만 나오면 무덤덤한 듯 이야기하고,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고, 한편 좀 화가 나기도 했다.


얼마 전 내 생일 식사 장소에서 2차 장소로 이동 중 B선배와 나란히 걷게 됐다.

다행히 나머지 일행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열중해 있었고, 거리도 5 발자국 이상 떨어져 있었다.

나는 둘 다 너무 좋아하는 선배였기에 내가 가진 이런 마음을 선배에게 가지고 있다는 게 불편해 용기를 냈다.


"언니, 나 너무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요?"

"응, 물어봐"


늘 친밀하고 속이야기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B선배 언니가 평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을 준비가 돼

어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A선배 이야기만 하면 왜 자리를 피하고,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해요? 나는 좀 서운했어요. 힘든 거, 아픈 거 다 같이 나누는 그런 사람들이잖아요. 우리."


내 질문이 끝나자 언니의 나를 바라보던 동그랗던 눈은 어느새 초점을 잃고 바닥을 바라봤다.


"A선배는 나한테 가족이야. A선배가 겪는 일을 들을 때마다 나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나. 그래서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어."


나는... B선배를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이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한 번도 B선배가 되어 본 적이 없다. 그저 B선배의 상황을 유추하여 미루어 짐작할 뿐. 그러나 나는 그마저도 하지 않고 그냥 내 기준으로 B선배를 판단해 버렸다.


나는 또 생각한다. 나의 생각은 아직 어리고, 배울 게 너무나 많다.


"미안해요. 언니, 제가 언니를 너무 많이 오해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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