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뭘 입을까?"
출근하는 아침마다 옷장을 열고 나는 가지런히 걸린 옷들을 보며 혼자 중얼거린다.
"아침마다 뭐 입을지 신경 쓰면 스트레스받겠다."
무심하게 로션을 얼굴에 문지르며 신랑이 말했다.
로션은 얼굴에 톡톡 쳐서 발라야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고 몇 번을 일렀는데도, 신랑은 여전히 로션을 손바닥에 쭉 짜서 얼굴 곧 곧을 열심히 문지른다. 동갑인 신랑이 열심히 얼굴을 문질러데도 나는 여전히 그가 밉지 않으니, 조금 더 생긴 주름도 이뻐 해주자하고, 로션 바르기엔 마음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나는 스트레스 안 받고, 기분 좋은데. 매일매일 이쁜 옷을 입을 수 있으니까 설레잖아."
로션을 다 바르고, 마지막 마무리로 남은 로션을 손바닥에 열심히 문지르며, 입술을 쭉 내밀고, 머리를 끄덕인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뭐.'라고 말하듯.
제법 선선한 기운에 오늘은 라이더 재킷과 롱 원피스로 출근 복장을 정했다.
회사까지 차로 출근시간 15분, 퇴근 시간 15분을 제외하고, 회사에서 근무복을 입는 나에게 출근복이 주는 의미는 계절에 맞게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리고, 그리인해 나는 행복하다.
나는 옷의 역할은 단순히 신체의 보온과, 보호 이상이라 확신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가까운 예로 신랑은 옷에 전혀 관심이 없고, 어떤 게 더 이쁜 지도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해서 나는 늘 무채색 계통의 옷을 두서너 벌 골라주곤 한다. 많이 사면 심지어 화를 낸다.
그에게 옷이 많다는 건 전혀 의미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아직도 주말엔 대학 때 입었던 단체로 맞춘 농활 티셔츠를 입고 있다.
나는 오늘 내가 고른 이쁜?(내 기준에 만족스러운) 옷을 입고 기분 좋게 출근을 했다. 출근 중 신호대기에 짬짬이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행복감을 더한다. 사는 게 뭐 별게 있을까? 부자건 가난하건, 결혼을 했건 안 했건,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이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외로울 때는 외롭고, 슬플 때는 눈물 흘리고, 기쁠 때는 웃는다.
요즘은 그냥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마음 편한 게 제일이다. 지금 나에게 만족하고 감사해하며 살자.
그러면, 출근길에 물들어가는 단풍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아메리카노 한 모금도 즐겁고, 출근길 인사하는 직원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어쩌면 내가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많은 풍파를 심하게 겪어서 이런 잔잔함에 감사함을 더욱 절절히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혹여 힘들고 지친 누군가가 있으시다면, 무슨 일로 어떤 괴로움과 슬픔을 담고 있으실 줄은 모르겠으나, 나는 단언할 수 있다. 지나고 나면, 그 일이 내게 주는 의미가 분명히 있다는 것. 그 일로 인해 더욱 행복하고, 기뻐할 일들이 많이 생길 것이란 것. 그러니... 제발, 잘 견뎌주시길... 이름 모르고, 얼굴은 모르나, 당신을 응원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