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쉬는 날이다.
엄마가 쉬는 날인걸 귀신같이 알아보는 아이들은 아침부터 늑장이다. 자전거 타고 잘만가던 학교도 오늘은 늦어서 엄마가 태워줘야 한단다.
'그래 오늘은 엄마가 쉬는 날이니까. 그 정도는 봐줘야지' 못 이기는 척 학교까지 셔틀을 하고 집에 들어선다.
사실. 나에게 쉬는 날은 가장 바쁜 날이다.
집안 곳곳 눈에 걸렸던 묵은 먼지, 해야 할 일들을 해치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청소부터 시작이다.
아침 설거지를 끝내고. 청소용 라텍스 장갑을 장착한다.
손 소독 티슈를 여기저기서 얻어왔는데도, 정작 사용하지 않아. 오늘은 그 친구로 집안 곧곧의 먼지를 다 닦아 낼 예정이다. 거실장 정리를 마치고, 아이들 공부방으로 들어선다.
'아.... 난감하다.'
두 아들놈 방은 공부방이건, 잠자는 방이건 다 난감하긴 마찬가지지만, 공부방이 더 난감하다. 책상 곧곧에 숨겨진 과자봉지며, 지우개 가루며, 구겨진 시험지며...
쓰레기통부터 가져와 책상에 둬야 할 물건 외의 쓰레기를 쓰레기통으로 쓸어 담는다. 항균 물티슈가 단박에 시커멓게 변한다. 글씨를 연필로 책상에 써댔는지.... 고개를 서너 번 가로저으며 넘치는 쓰레기를 다 담고 나서야 아이들 공부방을 나선다.
소파 패드를 벗기고, 새 패드를 깔면서. 쿠션 커버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가죽으로 된 쿠션 커버가 해져서 버리면서. 이전 소파 커버와 세트로 쿠션 커버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이번 검은색 패드에는 맞춰둔 쿠션 커버가 없었던 것이다.
흠.... 일거리가 또 하나 늘어났다.
오늘은 쿠션 커버까지 도전이다.
집에 있는 검은색 천을 모아 모아 쿠션 커버 만들기에 도립 한다.
자투리 천을 모아 나름 세트로 보이게 남은 레이스도 더해본다. '드르륵. 드르륵.' 미싱이 천위를 스케이트를 타듯 미끄러져 내릴 때마다 천들은 그냥 천에서 나만의 작품이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 꽃이 되듯이...
미싱이 삐둘삐둘 박힐 때도 있다. 모양이 어긋나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오늘도 만들어 놓은 쿠션 커버를 쿠션에 끼워두고 뿌듯해하며, 아메리카노 한잔과 당 보충을 위해 오예스를 하나 까먹으며 글을 쓴다. 적당히 물을 먹은 싱싱한 화분도 좋고, 청소를 해 말끔해진 집도 좋고, 바람에 날려오는 베란다 빨래의 섬유유연제 냄새로 감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