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생명을 얻은 필통

by 발돋움

주말은 온 집안 쓰레기를 정리해야 하는 날이다.

그걸 놓치면 한 주 내 내 눈에 거슬리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재활용 분리수거함, 음식물로 가득 차 추겨 올린 비닐봉지에 간신히 베레모처럼 쓰인 쓰레기통 뚜껑, push 된 체 쓰레기에 박힌 회전 쓰레기통...

그래서 정말 앤 간하면... 주말에 쓰레기를 싹 정리한다.


오늘도 여전히 주말이 되어 분리 수거함을 정리하고 있는데, 멀쩡한 필통이 수거함에 들어 있었다.

"이거 뭐냐! 멀쩡한데 왜 버리냐!"

숙제하다 엄마 소리에 반응에 머리를 긁적이며 아들 1호가 걸어온다.

"엄마, 그거 배가 터졌어. 버려야 돼."

그러고 나서 보니 지퍼와 연결된 천이 10cm 정도 뜯어진 게 보였다.

"기우면 되겠구먼."

"이걸? 굳이?"

아이의 반응에 나는 내심 놀랐다. 이렇게 까지 생각이 다를 수 있나?

어릴 적부터 떨어진 것은 당연히 꿰매서 입고, 신고, 쓰는 거라고 생각해 온 나와, 요즘 아이들과는 생각이 참 많이 달랐다.

나는 바느질 용 바늘과 비슷한 색깔의 실을 꺼내 지퍼와 천은 꼼꼼히 연결했다. 박음질 자국을 따라 바늘 땀을 놓으니 미싱 자국처럼 감쪽같이 바느질이 되었다.

"어때, 써도 되겠지?"

"어... 그러네..."

"엄마가 너 필통 사줄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모든 물건은 당연히 아껴 써야 하는 거야. 이거는 꼰대랑은 좀 다른 의미다."

"음.. 알았어."

너무 풍족하게 살아온 아이를 생각하면, 당연한 행동이었다. 떨어지면 그냥 버리고 새로 사면 되니까.

그러나, 나는 버리 질 뻔한 물건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된 일로 인해 아이가 조금이나마 경제적으로 뭔가를 깨닫게 된 사건이 되었으면 한다.

작은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앞으론 쓰레기 버리기는 혼자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않아도 될 것들에 대한 좋은 교육의 방법이 될 듯 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