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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n 21. 2023

다시 시작하는 임신준비일기 #3

벌써.. 시간이 이렇게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어느새 6월말을 향해가고 있고 6월 한달은 마음을 푹 놓기 위해 노력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카페를 탈퇴하는 일이다.

사실 맘스홀릭이라는 카페를 정말 밥먹듯이 아니 숨쉬듯이 들어갔다.

그곳에는 다양한 임신준비자, 임신중, 임신 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매일 100개도 넘는 글이 업로드 되고 정말 아이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내가 자주 들어가는 곳은 임테기 확인방이었다.

 그곳에서는 매일 배란 며칠차 임테기를 확인해달라는 글이 올라온다. 배란 9일차 보이나요? 초초초 매직아이 등 다양한 용어들로 임테기의 2줄을 확인하고자 하는 열망들이 가득차 모두 글을 올린다. 임테기를 보고 있노라면 희미하게 보이는 옅은 두줄에도 희망과 꿈을 품기에 충분하고 보이지 않다면 보일 때까지 눈을 초매직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 방은 환호와 슬픔이 공존한다. 1cm도 되지 않는 그 한줄을 보기 위해 임신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들로 글을 올린다. 그리고 보인다면 환호가 보이지 않는다면 단호박을 먹었다는 슬픔으로 가득찬다.

 나는 작년 6월부터 그 카페를 들락거렸고 낯선 여자들의 임테기를 응원과 질투로 바라보았다. 처음 임테기를 보고 슬픔이 찾아왔을 때 그 카페를 탈퇴했고 6월달에도 그 카페를 탈퇴했다. 내 우울감 때문이다.

 진짜 축하를 건네야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임테기를 확인할 때마다 매일 울었다. 나는 성급하게도 너무 일찍 임테기를 사용하며 실망을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실망과실망으로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냈다.

 5월달은 정말 심했다. 그냥 2222로 열심히 달렸고 배란초음파도 봤기 때문에 정말 될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잘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잘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8-9일차 임테기가 보이지 않았고 계속 보이지 않았다. 10일차에 희미한 줄을 봤지만 아마 시약선이었던 것 같다. 시약선을 보고 부풀었던 마음은 다음날 아침에 바로 꺼져버렸다. 바로 꺼진 마음에 눈물로 우울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카페를 탈퇴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임신준비 카톡방이다. 임신준비 카톡방에서는 오픈채팅으로 낯선 다수가 모여 임신에 관련된 정보를 나누고 잡담을 한다. 사실 임신기간이 길어질 수록 말하고 싶은 욕구는 있는데 누구한테 말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이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이방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고 조금 친해진 방에서는 남은 임테기를 받기도 했다. 좋은 기운을 받고 싶은 마음에 들어갔는데 하나 둘 임신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괜히 조급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또 이 위로가 좋고 잡담이 좋아서 아직 이 방들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임신에 관한 수백번 검색해봤던 글들의 새로운 내용이 없는지는 궁금해 검색을해본다. 다행히 카페를 탈퇴해서 그곳에 여전히 있지는 않지만 검색해서 나오는 글들을 본다. 그리고 임신카톡방에서도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이번달은 정말로 마음을 놓기 위해 노력했다. 마음을 놓기 위해 돈도 펑펑 쓰고, 옷도 사고 기분 전환도 하기 위해 시간들을 많이 보냈다. 혹시 임신을 하면 가지 못할까 걱정했던 도서전은 나의 생각보다 너무 좋았고 행복했다. 같이 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독서모임도 너무 좋다. 그리고 임신할까 두려워 하지 못했던 복근 운동도 이번달에는 그냥 했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내가 포기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냥 했다.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셨다. 물론 나의 마음에 막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보니, 잘했다. 그리고 어제오늘 임테기를 너무 일찍 시작해서 확인했지만(물론 지금은 8일차인 것 같다. 아마 월요일 배란이라서, 오늘은 9일차이려나...? ) 깨끗한 한줄이었다. 마음이 슬프기도 하지만 또 너무 이르다는 생각도, 안나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냥 담달에 편하게 병원을 가면 되지 않겠는가. 


 사실 임준방에서 나온 언니도 정말 적극적으로 난임병원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잘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임신으로 인해 큰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다.


 갓바위 3번 올라가면서 어머님이 나를 위해 '좋은 인연이 오기를' 기도해주시는 것처럼 그렇게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그리고 설사 천천히 찾아올지라도 마음을 편히 가지기 위해 노력하자. 나의 일에 최선을, 책을 읽으면서 잘 기다리자. 나의 유능함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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