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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Oct 23. 2023

임신 외에 내가 하고 싶은 일.

 주말에 결혼식을 다녀왔다. 친한 언니의 결혼식이었다. 오랜만에 가니 보는 얼굴들이 많았다. 나의 초중고동창친구, 친척언니, 친한 언니와 함께 밥을 먹었다. 

 초중고동창은 일찍 결혼해서 벌써 아가기 2명에 한명은 6살이었다. 내년에 곧 초등학교를 가는 학부모가 될 예정이었고 우리 친척언니는 첫째와 함께 연연생 아기를 가지고 12월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결혼식장은 아이가 많았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우는 소리 등이 결혼식장 곳곳에서 들리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가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고 했지만 그 전날 인스타그램으로 친하지는 않지만 나보다 늦게 결혼한 친구가 12주 임밍아웃을 한 것을 보았다. 올라오는 차 안에서 우울한 기분을 도저히 없앨 수가 없었다. 우울한 기분이 올라와서 남편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고, 지치고 사실 임신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남편이 싫어하고 나도 남편과의 관계를 위해서 옳지 못한 것 같아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아이를 보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 힘든 일이다.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남편과 하고 싶은 일,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왔다. 임신에 매몰되어 매주 뭐하지? 이것하면 안되나가 아니라 이제 진짜 내 삶을 조금 찾고 싶은 마음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남편이 함께 해보자고 해서 하나하나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해봤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임신' 외에 없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나는 임신 외에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없구나, 생각하니 슬퍼졌다. 


 예전에는 날 위해 살았다. 날 위해 공부했고 날 위해 재미있는 일들을 했다. 캠핑도 다니고 남편이랑 데이트로 신나게 즐겼고 물론 술로 실컷 마셨다.


 임신을 준비한 이후로 내 삶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냥 매번 임신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보고 임신 외에 다른 것들은 알아보지 않는다. 이게 진짜 삶일까...?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임신 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겠다. 아이가 없는 삶도 나쁘지 않다. 나는 나의 삶을 멋지게 책임지고 멋진 삶,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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