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의 긴 터널을 지나갈 수 있을까?
생리 3일차이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생리도 늦게 터졌고, 정신도 불안했다.
주말동안 생리가 터진 몸으로 결혼식에 갔다. 결혼식에는 정말 많은 아이들이 있었고, 임산부도 있었다.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허락된(물론 내가 알지 못하지만) 아이가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축하의 자리에서 쉽사리 축하하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멀린 간 김에 주변을 구경하는데, 이상하게 남편에게 짜증이났다. 잘 대해주는데 남편이 조금만 일찍 가버리고 나랑 나란히 걷지 않으면 그것이 화가 났다. 생리 때문인게 분명하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남편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나 고민을 했다. 남편은 둘이 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서 해보자고 했다. 2년차가 되니 이제 주말마다
'우리뭐해?'
가 우리의 고민이었는데, 한번 정해서 실천해보자고 말을 꺼냈다. 사실 요즘 하고 싶은게 없었는데 막상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래도 하나둘 하고 싶은 것들이 생각났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났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남편과 함께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다. 그리고 결혼 2년차를 넘어가고 딩크를 원했던 부부가 아니니 뭔가 인생이 재미없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아이가 없으면 남편하고 즐겁게 지내면 된다고 했는데... 사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번도 한적이 없다. 당연히 나의 인생에는 아이가 있었고, 결혼 전 시어머니가 본, 내가 본 철학관과 사주에서 우리의 아들딸에 대한 내용은 마음만 결심만 하면 쉽게 찾아올 줄 알았다.
모든게 다 나의 기우였고 어쩌면 몇년을 아이가 없이 남편과 함께 사는 인생을 살아야할지도 모른다. 조금 겁이났다. 내 인생의 바람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남편과 나의 사이가 걱정되었고 내가 나의 기분을 컨트롤하지 못할까도 걱정이 되었다.
난임은 긴 싸움이다. 어쩌면 몇년을 아이가 없이, 시술과 자연임신과 싸우며 지내야할지도 모른다. 아이를 가지지 않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노력하고 있어요.'
라고 말을 하던가
'둘이 있는게 즐거워서요'
라고 말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 모든 것을 견딜 준비가 지금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