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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Sep 19. 2023

Aloha! Kona!

무사히 도착 D+1

비록 우리 가족의 이름이 웨이팅 리스트에 올라 있었지만 다행히도 원래 예정된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아이들 셋이 한 줄에 앉고 내가 대각선으로 앞자리에, 아빠는 프리미엄 좌석(이름만 프리미엄일 뿐 이코노미랑 똑같고 앞쪽에 위치)에 앉았다. 안타깝게도 비행기에 모니터도 없고 아이들이 심심해서 몸을 베베 꼬았다. 책이라도 챙겨 올걸, 뭐라도 챙겨서 탈걸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는 심심하지 않게 타겟에서 야심 차게 숨은 그림 찾기랑 월드 리서치북 두꺼운 걸 샀는데, 밤비행기라서 잠만 잤다는 슬픈 이야기는 미리 하지 않겠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오후 3시쯤 코나 국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는데 공항이 마치 시골 고속버스터미널 느낌이었다. 짐 찾는 곳도 아무런 시큐리티 없이 외부에 오픈되어 있었다. 지나가다가 누가 짐 하나 쓱~ 가져가도 모를 판이었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짐을 간단히(?) 찾고, 렌트도 무사히 마쳤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준 자동차.

숙소로 가는 길에 코스코에 들려서 아침에 먹을 빵이랑 계란, 컵라면, 그리고 물을 샀다. 물건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보니 하와이의 물가가 실감이 났다. 같은 코스코의 같은 물건인데도 3~4불 정도 비싼걸 보니 왜 사람들이 하와이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지 알 거 같았다. 그렇게 간단히 장을 봐서 우리가 3일간 묵게 될  Holua Resort에  도착하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집에서 간단히 챙겨 온 햇반이랑 밑반찬으로 끼니를 때우고 숙면을 취했는데 아이들이 새벽 3시에 일어나서는 아침을 달라고 깨우는 바람에 하루를 아주 일찍 시작했다. 5시간 시차가 이렇게 무서운지 몰랐다. 둘째 아이가 당당하게 달라스 시간을 들먹이며 지금도 늦은 거라며 달라스는 지금 아침 8시라며 며칠 간을 달라스 시간에서 헤매었다. 그래도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하루를 아주 부지런하게 잘 보낸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아침에 만난 형형 색색의 예쁜 새들과 그때 들었던 새소리들이 아직도 들리는 거 같다. 새들이 참 특이하고 예뻤다.

우리 가족이 3일간 묵었던 너무나 예쁜 Holua Resort. 다음에 다시 오면 여기서 일주일 묵어야지!

여행을 오기 전에 만 11세, 이번에 중학교에 올라간 딸이 아이패드를 가져가도 되는지 물었다. 내 대답은 당연히 "NO"였다. 나는 20시간 차를 타는 장거리 여행에서도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보여주지 않았었다. 온갖 미디어가 늘 주변에 널려있는 정신없는 세상에서 벗어나서 자연을 보고 심심하면 심심한대로 우리만의 시간을 오롯이 여행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런지 딸아이도 내 대답에 쿨하게 알았다고 반응했었다. 아니 비싼 돈 들여서 시간 들여서 가족 여행을 하는데 미디어가 웬 말인가! 당분간은 이 원칙을 깨뜨리지 않을 거다.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자연과 하나가 될수록, 아날로그가 될수록 그 가치가 더욱 상승한다는 것을 많이 경험해 왔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지를 하와이 중에서도 빅아일랜드로 고른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것을 계속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두 번째 날,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이 새벽 4시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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