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사는 신혼부부, 시바견 호두와의 소소한 일상
호두는 펫샵을 통해 분양을 받았다. 미얀마에는 가정분양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었다.
분양 전, 펫샵에서는 두달을 채운 강아지라고 했으나 실제로 분양을 받은 시점에 호두는 고작 40일이 안된 작고 여린 강아지였다. 세상에 엄마가 전부였었을 이 어린 강아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엄마와 떨어져 열시간이 넘도록 차를 타고 태국에서 건너왔다. 가엾고, 또 가여웠다.
입양 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미리 준비해두었던 보금자리.
호두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다 생애 처음으로 겪은 긴 여행이 고됐는지 잠에 빠져들었다.
밤에는 안방에 넓게 설치해준 울타리 안에서 잠을 잤다. 이 작은 아이가 아무도 없는 거실에 덩그러니 남겨지는 그림은 상상하기도 싫었기에 남편과 내린 결정이었다. 많은 어린 강아지들이 엄마와 떨어지고 며칠간은 새벽 내내 낑낑거리며 울곤 한다던데 다행히도 호두는 배변하고 싶을 때 외에는 낑낑거리지 않았다. 그만큼 시바견은 독립성이 강한 견종이다.
문제는 배변을 한두시간에 한번씩 한다는 점. 일찍 출근해야하는 남편이 깰까봐 '낑'의 쌍기역 소리만 들려도 벌떡벌떡 일어나 호두를 안고 거실 배변패드로 향했다. 신기하게도, 처음 집에 온 날부터 호두는 배변을 패드 위에서만 해결했다.
"아이구, 예쁘다!"
폭풍 칭찬 후 보상으로 놀아주기. 물론, 새벽에.
덕분에 하루하루 눈밑 다크서클이 진해지고 정신은 몽롱해져갔지만 너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이야. 견딜 수 있었다.
호두는 가끔씩 엄마 젖을 먹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입모양과 손동작이. 그 조그마한 발을 꾸물꾸물 움직여 꿈 속 어디론가 가서는 입을 오물오물 거렸다. 어린 것이 일찍 떨어져나와 말도 안통하는 인간과 공생하려니 얼마나 답답하고 어미가 그리울까. 측은했다. 심장소리를 들으면 작게나마 위안이 될까 싶어 가슴팍에 호두를 안고 재우는 날이 많아졌다. 숨을 쉴 때마다 볼록볼록 올라오는 호두의 배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쩌면, 내가 너를 통해 위안을 얻고 싶었는지도 몰라, 호두야.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사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