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별이 빛나는 밤에. 5
꿈은 이루어질까?
우리 팀에 제발 나의 스타가 와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영화 같은 장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로지 신승훈과 솔리드만을 기다렸던 우리들과는 달리, 연예인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 흔하지 않은 지방 팀들의 반응은 열정적이었다. 그 열기에 어느 순간 질서가 무너지고 말았다.
TV 속 스타를 바로 코앞에서 맞닥뜨린 순간, 지방 아이들에게 차분함은 사치였다.
서로에게 밀려 몸살을 앓을 정도였다. 질서를 잘 지키는 팀도 있었지만,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행사를 진행해 보려 노력하는 연예인들이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켰지만, 한번 불붙은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서로의 안전을 위해 행사는 중단되고 말았다.
그것이 이 캠프의 삐걱거림에 시작이었다.
‘나의 스타를 코앞에서 보면 얼마나 좋을까?’ 이 얼마나 쓸데없는 고민이었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어우러져 모든 일정을 소화하며 끈끈한 추억을 쌓을 거란 기대, 돌아다니다가 고개만 돌리면 연예인들과 눈이 마주쳐 수줍은 미소를 던지며 몸을 배배 꼬는 닭살 돋는 상황, 낑낑거리며 텐트를 치고 있으면 드라마 속 한 장면처럼 ‘짠~!’하고 나타나서 멋진 근육을 휘날리며 뚝딱하고 쳐주는 장면.
그러나 상상은 현실이 아니었다.
전날 사고 때문인지, 원래 캠프 성격이 그런 건지, 저녁 공개방송 녹화 외에는 딱히 짜여있는 프로그램도 없는 듯했다.
돌아다니는 연예인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말이라도 걸어보자며 연습했던 인사말을 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간간이 누가 지나가더란 이야기가 들려도, 우리가 있는 상급자 코스까지는 누구도 등반해서 올라오지 않았다.
스키장에서도 지역은 나뉘어 있었다.
여유가 있는 낮에도 함께 온 지역 무리끼리 활동했다. 그렇게 각자 시간을 보내다 식사 시간이 되면 알아서 밥을 해 먹고, 같은 지역 친구들끼리 수다 떠는 것이 다였다. 그나마 오가며 호기심에 다른 지역 친구들과 말을 섞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잔뜩 기대한 캠프에 맞아떨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챙겨 간 음식은 모자랐고, 비탈진 곳에 텐트를 친 덕분에 바로 누워도 미끄러져 아침이면 텐트 밑에 서로 엉겨 짓눌렀던 몸들이 쑤시기 일쑤였다.
더운 여름날 씻지 못하는 몸은 찝찝해서 미칠 지경이었고, 그늘 하나 없는 넓은 스키장은 한여름의 태양을 고스란히 품어 피할 곳이 없었다.
그렇게 3일 동안 시커멓게 탄 얼굴은 그렇지 않아도 촌아이를 더 시골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에겐 야심 차게 준비해 온 요리경연대회가 남아있었다.
오기 전 수없이 연습하고, 꿈에서조차 나의 스타가 맛있게 먹으며 흐뭇해하던 일이, 이제 곧 이루어질 것이다.
안내방송이 나오길 기다리며 우리는 미리 준비과정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