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별이 빛나는 밤에. 6
와? 진주서 왔다!
2시까지 요리를 제출해야 했다.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서둘러야 했다. 우리가 출품할 요리는 피자였다. 여러 번 연습했고, 재료도 완벽하게 준비해 왔기에 자신 있었다. 재료 손질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가스레인지와 넓은 프라이팬에 하던 양을, 캠핑용 버너와 식기에 하게 되자 오류가 발생했다.
첫 번째, 양 조절에 실패했다. 두 번째, 불 조절에 실패했다.
반죽은 두꺼워져 넉넉한 재료는 잘 익지 않고 바닥이 타버렸다. 결국 피자도 죽도 아닌 것이 도저히 먹지 못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재생 불가능한 첫 번째 피자를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때부터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니었다.
흘러넘쳤던 자신감은 실패한 피자 바닥처럼 타들어 갔다.
결국 재료까지 모자라 스키장 풀밭에 있는 초록으로 피망을 대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눈속임으로 겨우 완성한 피자를 들고, 상급자 코스에서 마치 스키를 타는 스릴로 본부가 있는 아래까지 뛰었지만, 일 분 늦었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 냉정함을 보였다.
울고불고 사정해 보았지만 차갑게 잘라대는 카리스마는, 여름 캠프장을 겨울 스키장으로 만들어 싸늘한 벌판 한가운데에 우릴 세워 두었다.
뛰면서 다 망가지고 식어 빠진 피자를 들고 돌아서면서, 나의 스타가 안 먹어서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도, 고작 일 분 때문에 매섭게 몰아친 것이 서운하고 억울했다. 거기에 텐트로 가는 길을 왜 그리도 비탈지던지. 삐걱거리며 헛발질하는 두 다리를 원망하며,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사투리가 서울 아이들에겐 알아들을 수 없는 욕으로 들렸던 모양이다.
“어머 재들 봐, 욕 하나 봐, 어디서 온 애들이야?”
피자를 받아주지 않은 주최 측과 같이 얌전하고 새침한 서울말이, 아까 내가 피자를 들고뛰어 내려오는 속도만큼 급하게 날아와 귀에 꽂혔다.
“와? 진주서 왔다!”
무뚝뚝한 사투리가 안 좋은 기분에 예쁘게 나갈 리 없었다.
“어머. 쟤네 뭐라니? 무섭다.”
그렇게 우린 무서운 진주 아이들로 찍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남겼다. 그래도 우린 남은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아직 최고의 하이라이트 연예인과 함께하는 영화감상과 캠프파이어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이제 정말 마지막 밤을 불태우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