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별이 빛나는 밤에. 7
돌아가는 길.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기어코 터지고 말았다.
전날 밤 일이 미안했던지 이문세가 낮에 텐트촌을 돌다가 학생들이 숨겨 둔 술을 발견한 것이다. 맥주는 기본이고, 소주에 심지어 양주까지 챙겨 온 아이들도 있었다.
역시나 큰 도시에 살면 스케일도 크다며 맥주도 손 떨려서 못 챙겨 온 친구가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둘째 날 저녁 함께 관람하기로 한 영화도, 캠프파이어도 모두 취소되었다.
그렇게 마지막 기대는 알코올과 함께 휘발되고 말았다.
마지막 밤, 허망하게 올려다본 깜깜한 용평스키장 하늘에 별이 총총 떴다. 영화감상도, 캠프파이어도 없는 아쉬운 밤이 그렇게 고요하게 별과 함께 사라져 갔다.
셋째 날 이른 아침, 우린 우여곡절이 난무했던 용평스키장을 하산했다.
우리를 실은 버스는 쉬어가기 위해 어느 동해 바닷가에 잠시 멈추었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잠깐 가졌다.
파도가 발등을 쓸고 지나갔다.
그래, 손에 잡히지 않는 바닷물처럼 비록 내 스타의 옷깃 한번 잡아보지 못했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여러 형태를 만들어 내는 파도처럼, 돌이켜보면 우린 3일 동안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이틀 밤 동안 흥분과 열정의 도가니에 빠졌던 공개방송. 함께 간 1학년 착한 남학생 두 명이 깍듯하게 누나로 모시며 잘 따르던 기억. 사투리가 재미있다며 배워달라던 다른 도시 아이들의 귀여운 열정. 온 텐트촌을 쑤시고 다니면서 전국 친구들과 말을 트고 수다를 떨었던 이야기들. 가끔 기싸움을 하며 씩씩거렸던 패기. 그중에서 인심 좋은 다른 지역 친구들에게 밥을 얻어먹은 정. 쉽게 얻을 수 없는 그런 경험들이었다.
어쩌면 이천 명의 인원으로 아무 탈 없이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캠프의 취지 또한 전국의 또래 친구들과 일상에서 가지지 못한 특별함을 서로 채워가는 추억을 주려 했을 것이다.
1994년 어느 여름, 용평스키장 밤하늘에 빼곡하게 뜬 이천여 개쯤 되는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사흘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