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고..
체스는 말의 움직임 하나에 따라 억만 가지의 경우의 수가 생긴다. 삶도 마찬가지이다. 사소한 일상부터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까지 여러 가지 선택에 따라 무한한 다른 삶이 생겨난다. 나의 어떤 선택으로 만들어진 나의 하나뿐인 삶, 동시에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은 다시 열어볼 수 없는 한 권의 책이 되어 영원히 우주에서 사라진다. 하지만 그렇게 놓쳤다고 생각하는 삶을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선택이 더 좋았을 텐데.. 나는 왜 진작 노력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후회를 완벽히 접을 수 있을까?
무궁무진하게 많은 삶을 살 수 있어도 기대에 완벽하게 미치는 삶은 없다. 내가 평생 꿈꿔왔던 삶에도 슬픔과 어둠이 있기 마련이고 현재의 나보다 더 나을지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미 한 선택으로 인해 내가 살지 못하는 삶을 상상하지 말자. 누구에게나 인생에는 굴곡이 있고 원하는 대로 모두 이루어지는 마법의 세상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찾아올 많은 삶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여행가, 와이너리 대표, 록스타, 지구를 살리는 빙하학자,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생, 엄마, 혹은 그 외에 백만 가지 사람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쳤을지 몰라도 노라는 어떤 면에서 여전히 그런 사람이었다. 그들은 모두 그녀였다. 그녀는 그 모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고, 한때는 그 사실이 우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극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는 마음먹고 노력하면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中 -
현재는 내가 뭘 했어야 하는지, 뭘 후회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딱히 슬프고 우울한 삶은 아니지만 분명 후회라는 감정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 갇혀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현재의 행복만을 좇아 안주하고 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런 대외활동을 좀 더 도전해 볼걸’, ‘그때 인턴십의 기회가 있을 때 잡았어야 하는데..’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면 현재 더 나은 삶을 산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어쩌면 미지의 땅에서 수많은 갈림길을 앞에 두고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에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어떤 선택을 하던 나의 삶은 온전히 하나니까 나는 나만의 펜을 들고 백지를 채워가면 된다.
그리고 ‘사랑’의 힘. 사랑을 주고받을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삶의 이유가 된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나의 하루를 받쳐줄, 행복과 슬픔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그 삶은 성공한 삶이다. 그러니 사랑하자! 아낌없이 사랑하고 사랑받자 삶에서 꼭 필요한 요소는 학력도 경력도 아니다.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다.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