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도희 Feb 21. 2023

생각의 틀을 깨버리는, Amsterdam

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Damrak Waterfront, in front of central station

 네덜란드에 첫 발을 디뎠을 때 정말 트렌디한 도시라고 느껴졌다. 몇백 년은 돼 보이는 오래된 건물에 들어서 있는 트렌디한 상점들, 서울 한복판 신사동에 존재할 것만 같은 팝업 스토어, 힙한 상점들이 골목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자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가나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 현재와 공존하는 도시의 분위기가 가장 인상적인 것 같다. 힙(Hip)하다, 트렌디(Trendy) 하다는 단어는 보통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이나 잘 따르는 사람에게 붙여지는 타이틀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유럽에 와서, 특히 네덜란드에서 느낀 것은 사람들 모두가 자신만의 개성이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트렌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패션도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개인의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이 정말 멋있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다.

Prinsengracht & Looiessluis Canal Bridge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어떤 이들에게는 풍차와 튤립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다닥다닥 경계 없이 붙어있는 집과 그 앞에 고요하게 흐르는 작은 운하가 떠오른다. 그동안 예테보리나 코펜하겐에서 보았던 쭉 뻗은 시원한 운하와는 느낌이 사뭇 다른 조용하고 아담한 운하가 온 도시를 감싸고 있다. 한 블록을 지날 때마다 운하가 이어져 있어서 정말 물 위에 땅을 조각내서 붙여놓은 느낌이었다. 운하를 오른쪽, 왼쪽으로 끼고 수없이 걸으면서 암스테르담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Zaanse Schans

 암스테르담은 감히 모든 색이 어울리는 도시라고 말하고 싶다. 빨간 튤립, 노란 집, 초록 풍차, 파란 하늘까지 세상에 그 어떤 색을 대입해도 잘 녹아들 것 같은 분위기의 도시이다. 특히 처음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을 때는 맑은 하늘 아래 푸르른 나무와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물에 비춰서 여러 가지 색이 뒤섞인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었다.

Amsterdam Tulip Museum

 네덜란드는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을 전부 깨부쉈다고 할 수 있다. 길만 건너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홍등가와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필 수 있는 커피숍처럼 흔히 ‘나쁜 것’이라고 치부하던 것들이 어떤 곳에서는 하나의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반 고흐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나의 선입견은 결정적으로 산산조각이 났다.

Van Gogh Museum

 지금까지 반 고흐의 작품을 바라보고 해석할 때 나도 모르게 반 고흐의 어두운 면, 귓불을 자르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단편적인 부분만 떠올리며 작품에서 어두운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오디오 가이드에서 반 고흐의 그림이 정신병의 산물이 아니고 극복의 산물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말 한마디에 머리가 띵 해졌다. 사실 반 고흐가 어떤 생각을 하고 그림을 그렸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의 배경과 남아있는 흔적으로 심리를 추측할 뿐 그림의 진실한 이야기는 절대 들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어떤 현상이나 인물을 판단할 때 세뇌된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되었다.

De 9 Straatjes

 그리고 전반적으로 ‘자유롭다’는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는 여행이었다. 나는 무엇을 할 때 자유롭다고 느끼나? 외부의 규제로 인해 하지 못했던 일을 했을 때? 사람들은 왜 하지 못하는 것들에 더 매력을 느낄까, 자유로워진다는 뜻은 규제가 없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때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나? 네덜란드의 사람들에게는 실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자유롭고 거침없는 사람들, 그 모습에서도 이 나라가 얼마나 많은 것을 허용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A'DAM Lookout

암스테르담의 주요 관광지를 다니면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적잖이 볼 수 있었다. 운하 근처 카페에 앉아서 슥슥 대강 풍경을 그리는 사람들, 미술관 바닥에 주저앉아 작품을 따라 그리는 사람들. 생각해 보면 별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사람들을 보고 한가로움과 열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Amsterdam House Hotel

 네덜란드에서는 길을 외울 정도로 정말 많이 걸었다. 여행에서 도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발이 닿는 모든 곳을 놓치지 않는 것이 뚜벅이 여행의 묘미 아닐까? 사실 여행 다닐 때는 목적지를 생각하고 걸어서 항상 한 손에 (구글) 지도가 필요하지만, 지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무작정 가보는 것도 도시의 진정한 모습을 예기치 않게 마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다닐 때는 새로운 경험들에 정신을 못 차렸는데 돌아보니 여운이 많이 남는 도시, 암스테르담



작가의 이전글 All we need is love, Lond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