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모든 것을 주진 않기로 했다

결핍과 행복 사이에서

by 니나맘

나는 내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


행복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

그리고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40년 넘게 살아보니 행복은 거창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불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 그 과정에 달린 것이었다.




일상의 작은 실패나 충돌도 큰 좌절로 느끼는 사람은 일상적으로 스트레스가 크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별 것 아닌 일상을 행복하게 받아들일 줄 안다.

물이 반 컵 밖에 안 남은 사람과 반 컵이나 남은 사람 중에 누가 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기르는 데 결핍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 결핍을 모르고 자란 사람은 풍요로움이 기본값이 되어 그보다 더 큰 풍요로움을 얻지 않는 이상 행복을 느끼기 쉽지 않다고 한다.

이건 그저 정신과 의사가 이론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경험담이다.

현재의 나는 생활 속 사소한 것에서 자주 행복감을 느끼는 편인데, 청소년기에 겪은 심한 결핍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은 아이가 참 귀해서, 결핍 없이 자라는 아이가 많은 것 같다. 내 딸 니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꼰대처럼 ‘나 때는~’을 시전하고 싶지는 않지만, 많은 측면에서 요즘 우리 아이들은 풍요롭다. 경제적으로도 물론이고, 정서적으로도 그렇다. 요즘은 오늘 주문하면 내일 아침 택배로 만나보는 시대가 아닌가.

게다가 외동이거나 기껏해야 형제자매 한둘이 기본인 시대이다 보니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모자람이 없다.


물론 결핍이 많다고 아이가 저절로 단단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 결핍 없이 자란다면 아무래도 불편을 견디고 인내하며 일어서는 좌절 내구력을 연습할 기회가 적어진다.


그래서 요즘 나는 어떻게 우리 아이에게 ‘결핍’된 ‘결핍’을 경험 시킬지 많은 고민을 한다.


내 생각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실패의 경험이다.




어떻게 실패를 경험 시킬 수 있을까?


내가 아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는 ‘성공 경험’의 본질은 사실 ‘실패 경험’에 있다.


성공 경험은 한 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성공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노력과 숱한 실패라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실패의 과정이 바로 우리 아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좋은 결핍 경험이다.


그래서 아이와 보드게임 할 때 너무 져 주기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이랑 놀면서 적당한 비율로 이기고 지게 해주는 것은, 져보고, 분해서 울어보고, 좌절하다가 성취감을 느끼는 경험을 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한 한 종류의 운동을 꾸준히 해보는 것이 좋은 성공 및 실패 경험이 된다. 나는 긴 시간 수영을 하면서 신체적 한계도 느껴보고, 좌절도 겪어보고, 또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가 참 많다.


학습적인 측면에서도 실패 경험은, 마라톤 같은 입시 전쟁에서 아이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부모님이 짜주는 학원 스케줄과 같이 풍부한 사교육의 도움으로 좌절 없이 늘 높은 성적만 받았던 아이들이 대학 가서 길을 잃는 사태는 꽤 빈번하다. 결핍과 그것을 극복해 내는 성공 경험은 학습에서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평소에 사소한 상황에서도 나는 아이에게 너무 쉽게 오케이 하지 않는다. 그것이 물리적인 것이든 정서적인 것이든 말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마트에서 장난감을 집어 들었을 때 한번에 사주지 않는다.

물건은 ‘필요해서 사는 것’과 ‘갖고 싶어서 사는 것’이 다르며, 후자라면 명분이 있어야 함을 알려준다. 때문에 니나는 생일, 크리스마스, 어린이 날 등의 명분이 있을 때가 아니라면 쉽게 물건을 사달라고 떼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사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부모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표현해 볼 것을 요구한다.


또한 예를 들어, 평소 식사 메뉴에서부터 여행 일정까지, 너무 아이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아이의 의견을 묵살하라는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아이에게만 맞춰지는 상황을 경계하고, 이에 대해 아이의 항의나 주장이 있을 때에는 그것이 관철될 만한 논리를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요구한다.




이런 노력들은 사실 사소하지만 실행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 그런데 효과는 대단하다.


아이가 자기 중심적인 태도를 버리고 남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또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저절로, 또는 떼를 써서 이루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남을 설득하고 모두가 행복한 결과를 도출하면서도 원하는 것을 얻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이의 결핍이 부모의 치부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오늘도 스스로 다짐한다. 행복을 위해 아이에게 어떤 결핍을 건네야 할지.

적당한 결핍은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단단하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딸 니나에게 ‘모든 것’보다 더 큰, ‘버텨낼 힘’을 주려 한다.






자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공기를 빨아들이는 강력한 숨결

아름다운 생명력


가져라 아이야

이 세상은 너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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