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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시험 후기 (@한국폴리텍대학)

※ 상세함 주의, 분노 주의 ※

by 참새 목공소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 시험장 앞


얼마 전에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 에서 봤던 #가구제작기능사 실기시험 후기를 써볼까 한다.


*상세함 주의 & 충격과 분노 주의*




1. 실기 시험 준비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가구제작기능사 실기시험은 소형 수납장(가로 320mm, 세로 260mm, 높이 450mm 크기의)을 6시간 안에 만들어야 하는 시험이다.


부재 재단에서부터 사개맞춤, 장부맞춤, 관통(내다지)장부, 문틀 울거미, 경첩, 풍혈 가공, 본딩 등 가구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이 하나의 수납장을 만드는 과정 안에 다 들어가 있다.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수납장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수납장 (내부)


- 실기 준비 기간 : 필기시험을 합격한 후 실기시험은 두 달 정도 연습을 했다. 두 달가량 실기 시험과 동일한 가구를 총 4개 만들어봤고, 그 중 마지막 두 번은 실제 6시간을 재서 연습을 했다.


- 실기 시험 사용 공구 : (아래 지난 블로그글 참고)

https://blog.naver.com/jo0ney/223892392633



- 그 밖에 당일 시험을 위해서 대여/준비해간 것 : 미리 메모해 둔 것.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음)

빌려 갈 것 리스트
최종 준비할 것 리스트


여기에 추가로


- 테이블쏘 밀대(문틀 재단시 대비)

- 대일밴드(혹시 모를 베임에 대비)

- 땀닦을 손수건(더위 대비)


세 가지를 더 빌려/챙겨갔다.


공구함과 대여물품을 넣은 보스톤백


나는 빌려간 클램프와 조임쇠 등을 보스톤백에 꾸역꾸역 넣어서 갔는데 현장에 가서 보니 많은 분들이 박스형 카트에 공구들을 넣고 캐리어처럼 편하게 밀고 오셨다. 보는 순간 ‘아 저거다’ 싶었다.


이렇게 생긴 구루마(?)를 많이들 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총 6시간의 작업 시간 중 응시자들이 원하면 3시간 경과 후 15분간의 간식/휴식시간을 준다고 들었다. 와이프님께 말했더니 감사하게도 에너지바, 물/음료, 카스테라 등 부드럽고 소화잘되는 것들로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 주셨다.


아내의 응원이 담긴 간식



2. 시험장 위치 / 주차 / 구조 / 입실 / 시설 / OT


가구제작기능사 실기시험은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에서 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단지 일찍(오전 8시 반) 시작하는 시험이기에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했다.



#위

한국폴리텍대학교 강서캠퍼스 제 2교육관이 시험장이고, 바로 앞에 차를 댈 수 있다.


#주차

8시반까지 입실이기에 30분 전 쯤에 도착했고, 주차자리는 어림잡아 10대~15대 내외로 보였는데 30분전 도착하니 반정도는 비어있었기에 주차에 문제는 없었다. 학교 입구에도 차단기가 없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고, 따로 주차비는 받지 않았다.



#시험장구조

제 2교육관 계단을 오르면 건물 입구안쪽에 너른 복도/대기 공간이 있었다. 대기 공간에는 감독관으로 보이는 분들이 책상을 놓고 응시자 신원 확인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의 왼편에는 큰 작업대 여러 개가 놓여있는 대형 작업 공간/실습실이, 그리고 오른편에는 테이블쏘 등 대형 장비가 놓여있는 기계실이 위치해 있었다.


딱 봐도 '아 왼쪽에서 작업하고 기계 쓸 때만 기계실에 와서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구제작기능사 한국 폴리텍대학 (제2교육관) 시험장 구조


#입실절차

사람들이 한 두명씩 모이면서 공구함과 준비물들을 대기 공간에 두고 기다렸고, 8시 반이 되자 감독관분들이 번호표 뭉치를 주며 하나씩 뽑기(?)를 시켰다. 해당 번호가 자신의 작업 테이블 번호였다.


그리곤 신분증을 대조한 다음 왼쪽에 있는 작업실에서 각자가 뽑은 번호표의 작업대 앞으로 이동, 공구를 놓고 준비를 했다.



#시험장시설 (작업실 작업대 및 장비)

먼저, 작업대는 1인 1작업대를 썼다. 혼자 쓰고도 남을 크기로, 필요 공구들을 다 꺼내 올려놔도 충분했다. (2인 1작업대를 쓰는 시험장도 있다고 들었으니, 이 날 인원이 적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점은 참고)

실제 시험장 작업대 (출처: 한국폴리텍대학 강서캠퍼스 홈페이지)

*출처: https://www.kopo.ac.kr/kangseo/board.do?menu=8371&mode=view&post=695823


특히 바이스가 크고 깊어서 큰 부재도 고정이 아주 잘 됐다. 혹시 몰라 공방에서 바이스를 빌려 갔는데, 작업대에 달린 바이스를 보고는 쓰지 않게 됐다.


기계실에는 #테이블쏘 두 대, 슬라이딩 테이블쏘 한 대가 있었다. 테이블쏘는 #쏘스탑 (Saw Stop)으로, 새 것 같이 관리가 잘 돼 보였다.


테이블쏘 조기대 치수는 아예 안맞을 것을 대비, 치수를 마킹해서 재단 했기에 실제 치수와 동일한지 여부는 파악하지는 못했다.



#오리엔테이션 (?)

각 작업대에 위치하고 나니 시험 시작인 9시까지는 20분 정도가 있었다. 시험 안내지의 유의사항을 한 번 훑고 기계실로 이동해 장비 사용법을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시험 안내지 유인물


그런데 여기서 각도 절단기(마이스터쏘)를 기계실 감독관은 쓰면 안된다고 하고, 작업실 감독관은 써도 된다고 하며 서로 의견이 달랐다. (지켜보던 일동 당황)


물론 각도 절단기를 쓸 일은 없었지만, 이 때부터 뭔가 ‘갸우뚱’ 했는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이후 여러 가지로 감독관들의 운영이나 태도, 안내들이 상당히 불량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써 보겠다.



3. 실제 실기 시험


핸드폰과 워치를 꺼서 앞에 내고, 중간 간식 타임을 가질지 여부를 파악한 다음 9시부터 시험이 시작되었다. (세 시간 후 15분간 휴식하는 것으로 정했다.)


나의 실기시험 제작 순서/소요시간은 이랬다.


나는 문틀(울거미)을 몸통/본체보다 먼저 만드는 것으로 연습을 했기에, 연습한대로 진행했고 휴식시간 전까지 재단, 문틀 울거미 본딩, 좌우측판&하판 관통 장부, 좌우측판 풍혈까지 계획대로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15분간의 휴식/간식 후…


상판과 좌우측판을 결합하기 위한 사개/장부 맞춤과 문틀 경첩 작업, 다보 및 여러 피스 결합 등을 거쳐 약 15분을 남기고 마무리, 제출했다.


평소 30분 정도 남았던 것에 비하면 조금은 더 걸렸다.


제출은 했으나… 기분은 상당히 찝찝한 상태였고, 평소 연습했던 것 보다 결과물이 정교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얘기해보겠다.






< 진짜 찐 후기 - 실제 경험담 >


지금부터 실제로 시험 당일 시험장에서 겪은 것들이다.


주로 감독관의 잘못된 디렉션과 불량한 태도에 대한 것들인데, 어떤 것들은 미리 대비가 가능한 것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을 것이다.




1. 연귀 지그 사용 불가?


9시 시험 시작 직전, 한 감독관분이 다른 응시자분의 연귀 지그를 손으로 들어올리더니 “연귀 지그 사용 안됩니다. 다 제출 해주세요” 라고 했다.


‘???? 이게 무슨 소리지??’


나눠준 수험자 유의사항에 분명히


(단, 45도, 90도 지그는 사용 가능)


이라고 돼있는데 왜 못쓰는지 문제를 제기했더니 돌아오는 답변이 무려


“시중에 파는 것만 되고 만든 건 안된다” 였다.

(희대의 명언)


‘사용 가능’ 이라고 써 있잖아요…


황당해서 ‘아니 시중에 판매하는 것만 쓸 수있다는 문구가 어디 있냐고’ 물으니 얼버무리고 시험 시작한다고 하면서 유야무야 넘어가버렸다.

공방 실장님이 만들어주신 45도 지그.. 지못미


시중에 파는 것만??? 시험 유의사항이랑도 다르고 도대체 시중에 파는 것과 만든 것이 뭐가 달라서 하나는 되고 하나는 안된다는 건지…


시험장가면 별의 별일이 다 있을 거라고 들었지만 시험 시작하기도 전부터… 참 어이가 없었다.


결국 따지고 있다간 나만 손해볼 것 같아서 관두고 연귀 지그 없이 문틀 울거미 45도 톱질(‘가’ 형)을 해야했다. 그래서인지 최종적으로 문과 본체 사이에 약 3mm 정도의 틈이 생기는 좋지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뭐 결국 내 실력이 부족한 것이지만, 연귀 지그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디렉션었다.




2. 이상한 테이블쏘 사용 순서 지정


시험장에 테이블쏘가 두 대이고 응시자는 많으니 기계 사용에 순서 지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감독관분이 천판(상판)만 먼저 작업대 번호대로 한 명씩 돌아가며 재단하고 이후 측판, 하판 순서로 돌아가며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 이건 또 무슨…??’


테이블쏘의 장점은 같은 길이로 재단할 부재가 여러 개가 있을 때는 재단할 길이를 한 번만 세팅해두면 여러번 동일한 길이로 재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시험을 예로들면, 상판의 세로 길이와 측판의 폭은 260mm로 같고, 또 상판과 하판의 가로 길이는 320mm로 같다. 그래서 같은 길이끼리는 한 번에 재단 하는 것이 맞고, 따로 하는 것이 오히려 맞닿는 부재끼리 미세한 오차가 생길 수 있어 맞지 않다.


그런데 상판만 먼저 재단을 하라고…?


나는 (다시금 올라오는 부글거림을 참으며) 일단 재단을 위한 먹금을 넣고 상황을 지켜보다가 테이블쏘 한대가 비어있을 때 상판과 하판, 측판 두 개를 같이 가져가서 재단을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감독관이 ‘왜 여러개를 가져가냐’며 제지했다.


그래서 ‘상판/하판/측판 길이가 같은 것끼리 같이 재단 하는 게 작업 상 맞고 각자 작업 순서도 다 다른고 테이블쏘도 비어있는데 좀 유동적으로 융통성있게 운영하면 안되냐’고 물으니 고압적이고 큰 소리로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다.


역시나 대화가 안될 것 같아 포기하고 하란대로 했다.


이건 기계 사용의 효율성에도 맞지 않고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 작업 방식도 전혀 고려되지 않은 디렉션이었다.


다른 시험장에서는 현장에서 문틀 먼저 작업 하는 사람 / 본체 먼저하는 작업 사람 나눠서 재단 순서를 정한 곳도 있다고 하고, 충분히 사전에 기계 사용에 대한 순서를 응시자들과 얘기해서 정할 수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을 일방적으로 지키라고 한 것은 잘못된 운영이다.


역시나 감정 싸움하기엔 내 시험을 망칠 것 같고,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을 들으니 대화가 안통하는 스타일 같아서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절레절레






3. 불량한 감독관들의 태도


위 1-2번이 ‘운영’에 대한 부분이라면 3번은 ‘태도’에 대한 부분이다.


운영도 잘못된 운영이 있었지만 감독관들의 불량한 태도 부분은 시험 내내 집중을 흐뜨러뜨리고, 신경쓰이게 했다.


그 중 몇가지만 말해보면,


1) 응시자와 사담 및 도와주기/봐주기 - ‘딸 같아서’

: 옆에 있는 작업대에 젊은(어린) 여자분이 시험을 보고 있었는데 한 감독관은 시종일관 사담을 나누면서 ‘이렇게해라, 저렇게 하면된다’는 식으로 복화술을 하며 계속해서 시험을 도와주는 행동을 했다. 본인 입으로 한다는 말이 무려 ‘우리 딸 같아서’. 황당했다.


2) 불필요한 참견과 지시, 반말, 거들먹거림

: 선반을 얹을 다보를 박기 위해 드릴로 구멍을 뚫고 다보를 망치로 두드리고 있으니 ‘선반만 얹으면 되는건데 뭐하러 망치질을 해 망치질 하는거 아니야’ 라고 반말로 참견을 한다. 다보를 마빡으로 박든말든 무슨 상관? 분명 감독관의 월권이다.


또, 본딩 전에 전체 가조립을 하고 검사를 받는데 뒤판(합판)을 빼라고 한다. 뺐더니 합판을 뒤집어 다시 꼿으며 ‘합판은 이렇게 생긴 면이 앞이고 여기가 뒤야’라고 재차 반말로 거들먹거린다. 설령 합판이 그렇다고 해도 시험과 전혀 무관한 불필요한 참견이다. 후…


3) 제출 후 채점 내용 공개 및 사담

끝나고 제출했더니 제출품들을 쭉 세워놓고 감독관 몇명이 모여서 채점을 하는데 또 몇몇 응시자와 사담을, 그 중에서도 어디가 감점이고 아닌지를 막 대놓고 다 들리게 얘기를 했다. 궁금한 응시자들이 시험장을 떠나려다 모여드니 갑자기 또 거들먹거리고 싶어지셨는지 ‘모여봐 내가 설명해줄게’ 했다가 다른 쪽에서 또 감독관이 오면서 제지를 해 일단락 되었다.





여차저차 시험은 끝났고 완성해서 제출은 했지만 매우 찝찝하고,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시험이었다.



결론적으로 요약해보면,


이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시험' 은 시험의 프로세스와 운영에 있어 모든 시험장이 동일하지가 않은, 즉 '표준화'가 되어있지 않은 시험이기에


시험 장소(장비, 하드웨어)의 차이 만큼이나 감독관(사람, 소프트웨어)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시험이다.


더구나 수능이나 토익같이 절대 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보는 시험이 아니기에 소수의 수험자가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시험이고 그렇기 때문에 응시자는 상대적으로 더 '을'의 위치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시험이다.



(이런 기사도 쉽게 검색이 되는 걸 보면, 이전에도 비일비재 했던 것 같다.)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09233



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응시자들의 시행착오와 정보의 비대칭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함이고, 더 많은 정보가 사람들에게 공유되어 조금이라도 그들의 노력이 온전히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부들부들)


아직 실기 시험 결과 발표는 조금 남았지만, 합격이든 아니든 여러모로 찝찝할 것 같다.


찝찝...


- 후기 -


다행히(?) 합격하긴 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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