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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 리폼하기 (feat. 먹칠)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연습 가구 재활용 (스압주의)

by 참새 목공소

(지난 글에서 올렸던) 충격과 공포의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시험에서 다행히 합격하게 됐다. 그래도 기뻤다.

따끈따끈한 자격증


안도와 기쁨을 뒤로하고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연습으로 만들었던 수납장을 다시 ‘리폼’해서 새롭게 만든 후기를 써볼까 한다.


수납장 리폼은 공방 실장님께서 만드신 게 너무 귀여워서 따라 만들게 된 건데, 아마도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시험을 준비하셨던 분이라면 ‘이렇게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다.


* 스압주의 *


왼쪽이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연습 수납장, 오른쪽이 리폼 수납장


검은 먹칠이 넘나 찰떡이다




1. 크기 및 세부 치수


리폼할 수납장 크기는

가로 270 x 세로 260 x 높이 300 인데,


가로 320 x 세로 260 x 높이 450

가구제작기능사 수납장 크기보다 가로랑 높이가 짧다.


270*260*300 / 요 세 가지 치수만 알면 된다


기존 수납장의 하판(밑판) 윗부분, 상판 좌우 장부 부분을 날려주면서 재단을 하면 된다.


나는 모든 맞춤 부분을 새로 더 정교하게 하고 싶어서 하판 윗부분까지 날리고 새롭게 헸는데, 하단 관통장부(내다지)와 풍혈을 그대로 살리고 싶다면 측판 윗부분만 날리는 것도 방법이겠다.


기존 수납장 재단 방향



2. 기존 수납장 재단 - 테이블쏘


먼저 문 결합을 풀고 다보, 각종 나사와 피스들을 제거한 다음 테이블쏘로 가져가 재단을 한다.


이때 가로가 270보다 크게, 높이가 300보다 크게 가재단을 한다고 생각하고 개략적인 재단 위치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특히 테이블쏘로 판재가 아닌 입체 가구의 한 면을 재단하는 것이기에 테이블쏘 사용 시 각별히 안전에 유의하며 해야 한다.


조심 또 조심.


문과 모든 피스들을 제거한 상태


썰매로 상판 좌우 부분을 먼저 날린다. 조심 또 조심.


상판 좌우를 자른 상태 (뒤판 위쪽엔 본딩을 하지 않았다)


같은 방법으로 양 측판 상단부와 하단부도 테이블쏘로 자른다. 이때 이미 상판이 제거된 수납장의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테이블쏘 재단 과정에서 수납장이 무너지지 않게 유의하며 잘라야 한다.


측판 윗부분 (장부 결합 부분) 테이블쏘 재단


양쪽 측판 위아래 모두를 재단 한 상태 (뒤판은 아래쪽만 본딩을 했었기에 저렇게 남았다)


뒤판까지 날린 상태. 화분 받침대로 쓰면 될 듯ㅎ


재단 후 남은 자투리들



3. 리폼 가구로 다시 가공하기

- 가구제작기능사 실기와 같은 방법으로, 더 정교하게


재단이 끝났으니 이제 다시 풍혈, 관통장부, 사개/주먹장 맞춤을 리폼 버전으로 만든다.


작업 순서는 가구제작기능사 실기 준비했던 순서에서 문만 마지막에 하는 걸로 바꿨다.


관통장부 > 풍혈 > 사개&주먹장 > 문틀 > 본딩 > 칠


그리고 새롭게 재단한 것만 제외하고 모든 사이즈와 위치는 동일하게 작업했다. 공구도 마찬가지.


포인트는 실기 연습 때보다 시간과 공을 들여서 더 정교하게 하는 것인데 원하는 만큼 정교해지진 않았다ㅠ

새로 한 관통장부… 틈이랑 칼금이 눈에 거슬린다


이쪽도 마찬가지


아래 쪽 풍혈은 그럭저럭…


관통장부와 풍혈을 마무리하고 가조립


하판과 좌우측판을 관통장부로 결합해 본 다음, 상판 장부 작업을 한다. 실기시험과 마찬가지로 왼쪽은 사개맞춤, 오른쪽은 주먹장으로 했다.


마킹한 다음 바이스에 물리고 톱질 준비 (사개)


주먹장 톱질


장부 턱 끌작업을 위해 위에 부재를 덧대고,
부재를 이용해 직각으로 끌을 내리는 도움을 받는다


70프로쯤 끌로 내리고, 또 뒤집어 똑같이 한다


상판 장부 작업이 끝나면 상판을 좌우 측판에 올려놓고 좌우 측판 위에 본을 뜬다.


짜맞춤에서 가장 아날로그(?)한 순간이다. 정해진 치수가 없고 그냥 상판 숫장부 생긴 대로 본을 뜨고 그대로 가공하면 된다.


숫장부 대고 그리기 (사개 맞춤)


반대쪽 주먹장 숫장부 대고 그리기


이대로만 잘 가공하면 된다


본을 잘 떴으면 상판 가공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양쪽 측판에 [칼금 - 톱질 - 실톱(장부 따낼 때) - 끌작업]으로 마무리한다.


상판과 양측판 가조립을 해보니 시간 맞추는 게 우선이었던 실기 연습 때보다는 정교하나, 빈틈없이 빡빡하게 맞아 들어가진 않았다. 튀어나온 칼금도 거슬리고… 약간의 아쉬움이 들었다.


연습 때 보단 정교한데… 역시나 칼금이 거슬린다


주먹장도 그럭저럭


사개장부 결합 상태 - 빈틈이 보인다


주먹장 결합 상태 - 역시나 빈틈이 군데군데



본체 가공이 끝났으니 이제 문(울거미) 작업 순서다.


연습 때 본딩하지 않은 문이 있어 길이만 재단해 부분적으로 작업해서 바로 본딩 해버렸다. 실기 연습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연습이 문틀/울거미 작업이라 자신도 있었고 꽤 빠르게 해치웠다.


참, 문 판은 MDF 대신 합판을 썼다.


문틀 연귀 본딩 상태


그럭저럭 괜춘


이리저리 클램핑을 바꿔가며 맞췄다


꽤 만족스러웠던 본딩/클램핑


문이 들어갈 자리에 폭을 맞춰보니 잘 맞을 것 같다





4. 재활용 흔적(?) 지우기 - 좌측판 경첩 홈 자국


문을 결합하기 전에, 기존에 있었던 경첩 홈 자국을 없애야 한다. 원래 실기 수납장이 세로로 길쭉했기 때문에 좌측판 위아래 끝에 문 경첩 홈이 남아있다.


위쪽 경첩 홈


아래쪽 경첩 홈



공방 실장님께서 경첩 홈을 먼저 둥근 모서리를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준 다음, 같은 크기로 얇은 쫄대를 만들어 본드로 붙이라고 방법을 알려주신다.


먼저 끌로 둥근 모서리를 직사각형으로 만든다


치수를 적어뒀다. 두께는 1.5mm


같은 크기로 쫄대를 잘라 붙였다


클램핑/본딩해도 티가 난다....


위쪽 홈은 꽤나 잘 메워졌다


티가 거의 안난다...! (내가하고 내가 놀람)


마지막에 대패를 가볍게 치고 보니 위쪽 홈은 꽤나 감쪽같이 잘 메워졌다. 어차피 먹으로 칠 할 예정이지만 기분이 좋다.








5. 문틀 결합 + 전체 조립 + 샌딩 + 본딩



다시 문틀 결합을 위해 트리머로 새롭게 경첩 홈을 파고 문을 붙였다.


트리머로 판 경첩 홈


편-안


문 결합


자세히 보면 보이는 아래쪽 경첩 홈 메운 자국


위쪽에 메운 곳은 진짜 티가 안난다 (뿌듯)





이제 조립과 본딩만을 남겨 둔 상황, 본딩 준비를 위해 모서리를 사포로 손샌딩 했다.


손샌딩 준비


이랬는데


요래됐슴다




이제 대망의 본딩과 조립..!




목공을 배우며 알게 된 건데, 여러 공구를 써가며 하는 목공의 화려한(?) 톱질, 끌질 등등의 가공 공정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본딩과 클램핑을 이용한 마지막 조립이다.



가공을 잘해놓고도 마지막에 본딩을 잘못하면 가공을 잘 한 의미가 없어진다. (유경험)



그래서 반드시 본딩에 대한 계획, 특히 클램프는 뭘 얼마나 써서 어떻게 고정할지 사전에 꼭 계획을 세워야 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실제 작업에서 본드를 바르자마자 계획대로 신속/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클램프를 조이면 틈에서 삐져나오는 본드… 바로 닦아준다


최대한 많이 클램핑을 했다


조임쇠를 너무 세게 해놨었는지 자국이 남았다 ㅠ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





6. 마감 - 먹 칠하기


이번 리폼의 하이라이트, 마감으로 ‘먹’ 칠하기.


리폼을 하게 된 계기도 실장님이 먼저 만든 수납장을 먹으로 검게 마감한 걸 보고 따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뭔가 검은색의 작은 수납장이 시크해 보였었다.


먹은 공방에 있는 공산품 먹으로 칠했는데, 시중에 파는 먹에도 천차만별, 비싼 먹도 있다고 한다.


먹 칠 준 비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긴장)


처음으로 문을 먼저 발라보고 먹빛에 감탄이 나왔다



나무에 퍼지는 먹의 묘한 빛깔이 너무나 놀라웠다.


무광 같은 matt 함도 있고, 묘한 광택도 있었다. 실제로 봐야 하는데 표현하기 어렵다…


먹 빛의 은은한 느낌


먹칠 후 새로운 느낌의 장부 맞춤 부분


마구리면 느낌 무엇..


묘한 광택까지



칠하면서 계속 먹 빛에 감탄하고 있으니 실장님이 오셔서 물으신다.


“먹 색 좋죠?! 먹을 뭘로 만드는지 아세요?”


“어… 벼루랑 먹.. 아닌가여? ㅋㅋㅋㅋㅋㅋㅋㅋ”



웃으시면서 ‘오징어 먹물’이라며 농을 던지시더니


숯, 송진 등으로 만든단다. (+상식 적립)



그러고 보니


먹을 칠해 놓은 부재들이 딱 숯의 빛깔이다. 신기…


완전 숯 느낌이잖아


때 아니에요ㅠ



먹으로 다 칠한 다음 말리고,


바니쉬로 최종 마감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안 그러면 먹이 계속 묻어 나올 거라고.


먹 빛을 최대한 살리고 싶어 바니쉬를 아주 얇게 펴 발랐다.


요즘말로 느좋


피니쉬는 바니쉬





7. 드디어 완성


블랙 + 골드 조합은 진리니까, 골드 재질 손잡이를 인터넷에서 사서 달았다.


블랙 x 골드는 진리


뽀인트


앙증맞으면서도 묵직한 맛이 느껴진다




끗!!!









(+ 쿠키)




며칠 후…





????????? 왜 저기 있지???



ㅋㅋㅋㅋㅋㅋㅋ 맞다, 이 집의 주인은 내가 아니지ㅎ


(큰 집으로 이사 갈 때까지 거기서 좀만 있으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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