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다리 리폼
#생존목공
목공을 배우고 지속 가능한 목공을 하려면 공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히 유부일 경우, 가정을 내팽겨(?) 치고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를 증명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증명용 목공 작업을 두고 공방 선생님께서는 ‘생존목공’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유부라면 꾸준히 배우자나 집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드는 생존목공을 해야 한다고 설파하신다.
그래서 나도 생존목공을 하게 되었다…
#비실비실 #좌식테이블 #다리
가구제작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의기양양하게 아내에게 필요한 게 없냐고 큰소리쳤더니, ‘오냐 이놈아’ 하며 거실에 있는 좌식 테이블 다리가 너무 부실해서 위태위태하니 좀 어떻게 해달라 하신다.
드디어 나에게도 생존목공의 찬스(?)가 온 것이다.
당근에서 집들이용으로 급하게 샀던 테이블을 지금까지 써오고 있는데, 무거운 상판에 비해 다리가 부실해서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마침 적격이다.
#다리구상 #사개맞춤
부실한 다리는 사개맞춤으로 리폼하기로 했다. 이전에 해봤기도 하고 무거운 상판을 받치기에도 튼튼해서 인데, 무엇보다… 그래도 명색이 기능사님이신데(ㅋㅋㅋㅋ) 나사못 대충 박아 만들고 싶지는 않았고 짜맞춤으로 하고 싶었다.
#너도밤나무원목 #beechwood
다리 제작은 비치(beech)라고 부르는 너도밤나무로 해보기로 했다. 상판이 흰색이라 밝은 색 하드우드가 어울릴 것 같아서인데 인터넷으로 서칭 하다 보니 비치가 거의 흰색을 띄는 밝은 색이라고 해서 골랐다.
좋은 가구도 시간이 지나면서 누레지는 황변이 흰 상판이랑 너무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했고.
배송받아보니 돌댕이가 따로 없다. 정말 무겁고 심하게 튼튼해 보인다. 선생님께서도 단단해서 구조나 뼈대를 만들 때 많이 쓴다고 하니, 비실한 다리를 대체하기엔 딱이다. 얻어걸린 거지만 ㅎ
#사개맞춤 #짜맞춤 #끌질 #트리머
예전에 사개맞춤 연습을 할 땐 모든 작업을 톱, 끌 등 수공구로만 했었는데, 이번엔 기본 따내는 작업들을 테이블쏘로 해서 시간도 줄이고 더 깔끔하게 할 수 있었다.
#실수 #실패는아닌
해놓고 보니··· 수직으로 꽂을 네 다리를 일부러 더 두꺼운 각재로 주문했는데 그냥 같은 두께로 작업을 한 것이다.
다행히 홈을 더 넓히면 되기에 망한 건 아니다..ㅋㅋㅋ 별수 없지만 다시 해야 한다.
처음에 했던 대로 테이블쏘로 홈 양쪽을 조금 더 날리니 생각보다 빠르게 작업이 됐다
#다리가공 #지그 #테이블쏘
이제 파놓은 홈에 수직으로 꽂을 다리의 홈을 파야 한 다. 십자 형태로 파내야 하는데, 마침 유튜브에서 많이 봤던, 테이블쏘로 해보고 싶었던 가공법이다.
대신 다리를 수직으로 놓고 테이블쏘를 써야 해서 고정도 어렵고 꽤 위험하기에 수직 부재를 고정해 주는 지그를 썼다.
십자(+) 형태로 네 면을 돌려가며 테이블쏘로 날린 다음, 마무리는 끌로 정리한다. 꽤나 잘 돼서 만족스러웠다 ㅎ
#다리조립 #짜맞춤 이라고 쓰고 #때려맞춤 이라 읽는
다리 가공이 끝나고 심판의 시간… 다리를 꽂아본다. 왠지 하드우드로 하는 작업이기도 하고 실전이라서 아 주 빡빡하게 들어가야 튼튼할 것 같아 그렇게 작업을 했는데… 보기보다 더 빡빡해서 안 들어가는걸 망치로 때려 박으니 겨우 들어갔다 ㅋㅋㅋ
#각선미살리기 #빗면가공 #라우터
가조립을 했지만 아직 각목 상태나 다름없다. 집에 가져와서 상판에 대보고 어떻게 다리의 각선미(?)를 살 릴지 고민도 하고 주문자 와이프의 의견도 들어봤다.
그리고 두꺼운 다리는 와이프의 의견을 반영해서 안쪽을 살짝 사선/빗면으로 쳐서 맵시를 살려봤다. 아주 맘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사진은 못 찍었지만 라우터로 사선 비트를 써서 다리의 네 모서리를 아주 살짝 쳤는데, 과하지도 않게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게 다리가 더 매끈해졌 다. 엄밀히 말하면 다리는 4각이 아니라 8각이다.
#본딩 #조립 #오일마감 #AURO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실장님의 도움으로 본딩을 마치 고 아우로(auro) 126-90 오일을 발랐다. 앞서 말한 황변이 적고 자작이나 흰색 계열의 나무에 칠하기에 맞는 오일이라고 해서 샀는데… 무슨 300ml가 4만원이 넘는다 ㅠ
발라도 '이게 발린 건가?' 할 정도로 투명한 느낌의 오일이라 약간은 어리둥절했지만 선생님께서 알려주신대 로 총 두번(바르고- 말리고 - 닦아내고 - 다시 바르고 - 말리고 - 닦아내고) 발랐다.
#완성 #최종납품 #주문배송
오일 마감이 끝나고 어느 정도 말린 다음, 마지막으로 피스랑 철물로 다리와 상판을 결합시켰다. 여차저차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2주가 넘게 걸렸다. 그래도 완성을 하고 보니 맘에 쏙 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배송…
와이프님께서는 기대 이상이라고 아주 만족하시고 고 급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기념으로 오근내 닭갈비 외식 조졌다ㅋㅋㅋㅋ
오늘도 생존했다.
목공도 인생도 서바이벌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