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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목공 (Survival Woodworking)

테이블 다리 리폼

by 참새 목공소
output%EF%BC%BF303600710.jpg?type=w966 After
output%EF%BC%BF2809640872.jpg?type=w966 Before


#생존목공


목공을 배우고 지속 가능한 목공을 하려면 공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히 유부일 경우, 가정을 내팽겨(?) 치고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를 증명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증명용 목공 작업을 두고 공방 선생님께서는 ‘생존목공’이라고 하신다.


그리고 유부라면 꾸준히 배우자나 집에 필요한 무언가를 만드는 생존목공을 해야 한다고 설파하신다.


그래서 나도 생존목공을 하게 되었다…



#비실비실 #좌식테이블 #다리


가구제작기능사 자격증을 딴 뒤 의기양양하게 아내에게 필요한 게 없냐고 큰소리쳤더니, ‘오냐 이놈아’ 하며 거실에 있는 좌식 테이블 다리가 너무 부실해서 위태위태하니 좀 어떻게 해달라 하신다.


드디어 나에게도 생존목공의 찬스(?)가 온 것이다.


당근에서 집들이용으로 급하게 샀던 테이블을 지금까지 써오고 있는데, 무거운 상판에 비해 다리가 부실해서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마침 적격이다.

output%EF%BC%BF4132730940.jpg?type=w966 상판은 튼튼하고 무거운 자작 합판인데 다리는…
output%EF%BC%BF514544241.jpg?type=w966 비실비실



#다리구상 #사개맞춤


부실한 다리는 사개맞춤으로 리폼하기로 했다. 이전에 해봤기도 하고 무거운 상판을 받치기에도 튼튼해서 인데, 무엇보다… 그래도 명색이 기능사님이신데(ㅋㅋㅋㅋ) 나사못 대충 박아 만들고 싶지는 않았고 짜맞춤으로 하고 싶었다.

output%EF%BC%BF222943104.jpg?type=w966 공방에 겨우 가져감
output%EF%BC%BF4268032646.jpg?type=w966 다리 해체
IMG%EF%BC%BF7832.jpg?type=w966 필요한 목재 치수 기록




#너도밤나무원목 #beechwood


다리 제작은 비치(beech)라고 부르는 너도밤나무로 해보기로 했다. 상판이 흰색이라 밝은 색 하드우드가 어울릴 것 같아서인데 인터넷으로 서칭 하다 보니 비치가 거의 흰색을 띄는 밝은 색이라고 해서 골랐다.


좋은 가구도 시간이 지나면서 누레지는 황변이 흰 상판이랑 너무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했고.

output%EF%BC%BF546728146.jpg?type=w966 너도밤나무(비치) 원목 각재
output%EF%BC%BF157761368.jpg?type=w966 속이 치밀하고 단단하고 무겁다
output%EF%BC%BF721653635.jpg?type=w966 오크 계열보다도 훨씬 밝은 색이다


배송받아보니 돌댕이가 따로 없다. 정말 무겁고 심하게 튼튼해 보인다. 선생님께서도 단단해서 구조나 뼈대를 만들 때 많이 쓴다고 하니, 비실한 다리를 대체하기엔 딱이다. 얻어걸린 거지만 ㅎ




#사개맞춤 #짜맞춤 #끌질 #트리머


예전에 사개맞춤 연습을 할 땐 모든 작업을 톱, 끌 등 수공구로만 했었는데, 이번엔 기본 따내는 작업들을 테이블쏘로 해서 시간도 줄이고 더 깔끔하게 할 수 있었다.

IMG%EF%BC%BF8332.jpg?type=w966 볼록볼록한 단면과 선이 테이블쏘의 흔적들
IMG%EF%BC%BF8335.jpg?type=w966 테이블쏘로 1차 작업 끝
IMG%EF%BC%BF8337.jpg?type=w966 남은 부분은 수직으로 보조목을 대고 끌로 작업
IMG%EF%BC%BF8413.jpg?type=w966 이번엔 트리머로도 단면 정리를 해봤다.
IMG%EF%BC%BF8415.jpg?type=w966 깔-끔
IMG%EF%BC%BF8342.jpg?type=w966 조립의 순간
IMG%EF%BC%BF8341.jpg?type=w966 꽤 잘 맞았다




#실수 #실패는아닌


해놓고 보니··· 수직으로 꽂을 네 다리를 일부러 더 두꺼운 각재로 주문했는데 그냥 같은 두께로 작업을 한 것이다.


다행히 홈을 더 넓히면 되기에 망한 건 아니다..ㅋㅋㅋ 별수 없지만 다시 해야 한다.

IMG%EF%BC%BF8419.jpg?type=w966 잘 맞아서 좋아했다가
IMG%EF%BC%BF8480.jpg?type=w966 (당황) 아… 다리를 더 두껍게 주문했었지ㅋㅋㅋ
IMG%EF%BC%BF8482.jpg?type=w966 다시 재작업 ㅋㅋ


처음에 했던 대로 테이블쏘로 홈 양쪽을 조금 더 날리니 생각보다 빠르게 작업이 됐다

IMG%EF%BC%BF8635.jpg?type=w966 넓히고
IMG%EF%BC%BF8631.jpg?type=w966 네 귀퉁이 모두 수정 끝




#다리가공 #지그 #테이블쏘


이제 파놓은 홈에 수직으로 꽂을 다리의 홈을 파야 한 다. 십자 형태로 파내야 하는데, 마침 유튜브에서 많이 봤던, 테이블쏘로 해보고 싶었던 가공법이다.


대신 다리를 수직으로 놓고 테이블쏘를 써야 해서 고정도 어렵고 꽤 위험하기에 수직 부재를 고정해 주는 지그를 썼다.

IMG%EF%BC%BF8136.jpg?type=w966 날릴 부분을 빗금 치는 건 국룰
IMG%EF%BC%BF8485.jpg?type=w966 수직 부재를 고정할 수 있는 테이블쏘용 지그
IMG%EF%BC%BF8483.jpg?type=w966 두근두근
IMG%EF%BC%BF8493.jpg?type=w966 깔끔

십자(+) 형태로 네 면을 돌려가며 테이블쏘로 날린 다음, 마무리는 끌로 정리한다. 꽤나 잘 돼서 만족스러웠다 ㅎ




#다리조립 #짜맞춤 이라고 쓰고 #때려맞춤 이라 읽는


다리 가공이 끝나고 심판의 시간… 다리를 꽂아본다. 왠지 하드우드로 하는 작업이기도 하고 실전이라서 아 주 빡빡하게 들어가야 튼튼할 것 같아 그렇게 작업을 했는데… 보기보다 더 빡빡해서 안 들어가는걸 망치로 때려 박으니 겨우 들어갔다 ㅋㅋㅋ

IMG%EF%BC%BF8625.jpg?type=w966 과연…?
IMG%EF%BC%BF8626.jpg?type=w966 좀 빡빡한데??
IMG%EF%BC%BF8627.jpg?type=w966 에라 모르겠다 망치로 때려 박자
IMG%EF%BC%BF8639.jpg?type=w966 (그럴싸)
IMG%EF%BC%BF8643.jpg?type=w966 어쨌든 들어감
output%EF%BC%BF10780665.jpg?type=w966 일단 가조립 성공




#각선미살리기 #빗면가공 #라우터



가조립을 했지만 아직 각목 상태나 다름없다. 집에 가져와서 상판에 대보고 어떻게 다리의 각선미(?)를 살 릴지 고민도 하고 주문자 와이프의 의견도 들어봤다.

IMG%EF%BC%BF8665.jpg?type=w966
IMG%EF%BC%BF8669.jpg?type=w966 아직은 '튼튼'보다 '무식'에 가까운 상태
IMG%EF%BC%BF8676.jpg?type=w966 일단 튀어나온 부분부터 정리해야겠다
IMG%EF%BC%BF8704.jpg?type=w966 빗면을 자를 수 있는 지그를 써서 날린다
IMG%EF%BC%BF8703.jpg?type=w966 싹둑
IMG%EF%BC%BF8705.jpg?type=w966 전부 싹둑
IMG%EF%BC%BF8710.jpg?type=w966 합체
IMG%EF%BC%BF8717.jpg?type=w966 이랬는데
IMG%EF%BC%BF8716.jpg?type=w966 요래됐슴당 (샌딩 후)


그리고 두꺼운 다리는 와이프의 의견을 반영해서 안쪽을 살짝 사선/빗면으로 쳐서 맵시를 살려봤다. 아주 맘에 들었다.

IMG%EF%BC%BF8799.jpg?type=w966 빗면 고정용 지그 + 테이블쏘
IMG%EF%BC%BF8798.jpg?type=w966 After / Before
IMG%EF%BC%BF8801.jpg?type=w966 몬가 날렵해졌다
IMG%EF%BC%BF8808.jpg?type=w966 매끈
IMG%EF%BC%BF8810.jpg?type=w966 매끈2
IMG%EF%BC%BF8828.jpg?type=w966 (흡족)


마지막으로 사진은 못 찍었지만 라우터로 사선 비트를 써서 다리의 네 모서리를 아주 살짝 쳤는데, 과하지도 않게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게 다리가 더 매끈해졌 다. 엄밀히 말하면 다리는 4각이 아니라 8각이다.

IMG%EF%BC%BF8950.jpg?type=w966 라우터로 다리의 네 모서리를 아주 살짝 쳤다




#본딩 #조립 #오일마감 #AURO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실장님의 도움으로 본딩을 마치 고 아우로(auro) 126-90 오일을 발랐다. 앞서 말한 황변이 적고 자작이나 흰색 계열의 나무에 칠하기에 맞는 오일이라고 해서 샀는데… 무슨 300ml가 4만원이 넘는다 ㅠ



발라도 '이게 발린 건가?' 할 정도로 투명한 느낌의 오일이라 약간은 어리둥절했지만 선생님께서 알려주신대 로 총 두번(바르고- 말리고 - 닦아내고 - 다시 바르고 - 말리고 - 닦아내고) 발랐다.

IMG%EF%BC%BF8916.jpg?type=w966 본딩 후 클램핑
IMG%EF%BC%BF8918.jpg?type=w966 본딩 할 땐 늘 허둥지둥이다ㅠ
IMG%EF%BC%BF8914.jpg?type=w966 아우로 126-90 오일
IMG%EF%BC%BF8946.jpg?type=w966 쉐킷쉐킷… 맛있어(?) 보인다
IMG%EF%BC%BF8949.jpg?type=w966 바른 듯 안 바른 듯
IMG%EF%BC%BF8951.jpg?type=w966 이게 바른 거임
IMG%EF%BC%BF8952.jpg?type=w966 이게 바른 거임 (2)




#완성 #최종납품 #주문배송



오일 마감이 끝나고 어느 정도 말린 다음, 마지막으로 피스랑 철물로 다리와 상판을 결합시켰다. 여차저차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2주가 넘게 걸렸다. 그래도 완성을 하고 보니 맘에 쏙 들었다.

IMG%EF%BC%BF8956.jpg?type=w966 드릴 드라이버로 피스 박기
IMG%EF%BC%BF8957.jpg?type=w966 결합 완료
IMG%EF%BC%BF8958.jpg?type=w966 완성!
IMG%EF%BC%BF8961.jpg?type=w966 존예



그리고 대망의 배송…



와이프님께서는 기대 이상이라고 아주 만족하시고 고 급스럽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기념으로 오근내 닭갈비 외식 조졌다ㅋㅋㅋㅋ

IMG%EF%BC%BF8964.jpg?type=w966 셀프 배송
IMG%EF%BC%BF8976.jpg?type=w966 배송 완료
IMG%EF%BC%BF8978.jpg?type=w966 튼튼 & 존예




오늘도 생존했다.



목공도 인생도 서바이벌이다



끗.




output%EF%BC%BF830375639.jpg?type=w966 애프터
output%EF%BC%BF3938872741.jpg?type=w966 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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