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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인 Jan 02. 2023

스태그플레이션과 집값의 관계(1)



역대 금리인상기 아파트 가격 변화


2000년에 들어서 국내 기준금리 인상은 이번을 포함해 총 4차례 있었습니다. 


【2000년대 국내 기준금리 인상 시기】

  [1차] 2005년 9월  ~ 2008년 9월
  [2차] 2010년 6월  ~ 2011년 7월
  [3차] 2017년 10월 ~ 2019년 3월
  [4차] 2021년 10월 ~ '23년 (현재)


2000년대 국내 기준금리 인상 역사 (가로축 : 연도/ 세로축 : 기준금리)



과거에도 지금처럼 금리인상이 집값의 악재로 작용했을까요? 제목을 보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답은 '아니요'입니다. 그래도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과거 4차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 별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을 정리해 봤습니다. 자료의 출처는 통계의 신뢰성을 위해 KB부동산의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사용했고, 금리 인상 1개월 차의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를 1로 환산하여 그래프를 제작했습니다.



국내 금리인상기의 아파트 가격 변화 (가로축 : 개월수/ 세로축 : KB매매지수)




그래프를 살펴보면 1차 금리인상기인 2005년부터 2008년, 금리는 3.25%에서 5.25%로 2%p 올랐지만 집값도 함께 큰 폭으로 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차 금리인상기인 2010년부터 2011년에도, 3차 금리인상기인 2017년 말부터 2018년 말에도 모두 어김없이 집값은 올랐습니다.


하지만 2021년 말부터 시작된 금리인상기의 집값 변화 그래프(검은색)는 유난히 그 모양이 1~3차 금리인상기의 집값 변화 그래프(회색)와 다르다는 걸 한눈에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과거와 달리 전국의 집값이 꺾이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시세가 조정되는 하락장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왜일까요? 왜 이번만 전국 모든 지역의 집값이 금리인상에 반응하며 공급이 부족한 지역마저 하락을 면치 못했을까요?


갑자기 금리인상이 무서워진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심리변화 때문일까요? (메가트렌드의 전환이라고도 하지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말은 모른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모든 원인을 사람들의 알 수 없는 마음 탓으로 돌리면 이번 하락장을 겪고 나서 아무런 교훈도, 시장 대응전략도 세울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한 건 어찌할 수가 없더군요. 미래에 또 같은 위기가 닥친다면, 모든 건 사람마음에 달렸으니 장독대 위에 물을 떠놓고 신령님께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지 않길 기도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하락장에도 무엇인가 배울 것이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매크로(거시경제) 지표 기반의 실증분석을 통해 아래 3가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이번 분석의 목표】

  ① 과거 금리 인상기와 차이는 무엇인지?
  ② 앞으로 우린 어떻게 같은 위기를 더 빠르게 알아채고,
  ③ 나아가 반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이번글은 이 3가지 목표 중 첫 번째 목표에 대한 분석과 답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금리인상, 과거와 어떤 점이 다른가? 



금리인상의 배경을 분석하기 위해 먼저 2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 [경기] 경제 사이클 (경기국면)이고,

두번째는 ● [물가]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입니다. 





1. 경기선행지수로 경제 사이클 진단 하기


금리인상 배경 분석을 위한 첫번째 요소는 경제 사이클입니다.


경제 사이클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거시 경제의 경기 국면을 보기 위해선 국내경기선행지수 보다 국제사회에서 나름대로 목에 힘 좀 주는 나라들의 계모임인 OECD가 발표하는 OECD경기선행지수를 보는 것이 옳으나, 오늘은 국내 금리인상 배경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국내경기선행지수를 기준으로 과거 4차례의 경기 국면을 살펴보겠습니다.


경기선행지수란?

경제에도 미래를 예언해주는 유리구슬 같은 존재가 있을까요? 건설산업으로 따치면 건축물 인허가 건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인허가가 늘어나면서 착공되는 건축현장이 늘어나면 공사장의 인부도 더 필요해지고, 땅을 매입하는 시행사와 자금을 조달해주는 금융사, 시공을 담당하는 시공사 모두 활발한 사업활동을 할 것이고 건설경기는 부양되겠죠.

경기선행지수도 앞서 이야기한 건축 인허가 건수처럼 3~6개월 정도 후의 경기상황을 예측해줄 수 있는 수많은 경기선행지표들을 모아 각 나라에서 만든 "미래 예언 경제지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기선행지수를 기준으로 하나의 국가, 또는 세계의 경제가 어떤 사이클에 와있는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래 '경제 사이클 구분 기준'과 같은 방법으로 말이죠.

OECD경기선행지수 볼 수 있는 곳
국내 경기선행지수 볼 수 있는 곳


《 경제 사이클 구분 기준 》


1. 경기선행지수 기반 고/저성장 국면 구분

    A. [고성장 국면] (지수) 100 이상
    B. [저성장 국면] (지수) 100 미만

2. 경기선행지수 기반 경제 사이클 4단계 구분
    C. [저성장 후퇴] (지수) 100미만 + (추세) 하락
    D. [저성장 회복] (지수) 100미만 + (추세) 상승
    E. [고성장 확장] (지수) 100이상 + (추세) 상승
    F. [고성장 축소] (지수) 100이상 + (추세) 하락


1. 경기선행지수 기반 고/ 저성장 국면 구분


2. 경기선행지수 기반 경제 사이클 4단계 구분



복잡하다고요? 쉽게 말해 경기선행지수가 100 아래면 저성장 국면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겁니다. 100 이상이면 고성장 국면으로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죠.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 경기선행지수가 우상향 하며 오르는 추세인지 우하향하며 내리는 추세인지 추가로 고려하면 후퇴 → 회복 → 확장 → 축소 4단계 경제 사이클을 구분해 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전 세계 중앙은행 금리의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미연준은 언제 기준금리를 인상했을까요?

아래 그래프는 연준 사이트에서 가져온 그래프입니다. 검은 실선이 'OECD경기선행지표' , 회색 실선이 '연준기준금리'를 나타냅니다. 빨간색 점선은 '경기선행지표 100'을 표시한 기준선입니다.



경제사이클과 연준의 금리인상기 (검은색 OCED 경기선행지표, 회색 연준기준금리, 빨간 점선 경기지수 100 기준선)



 1970년대 초반과 후반을 제외하면 금리인상의 대부분은 고성장 국면, 확장기 또는 축소기에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위 그래프의 제일 오른쪽에 해당하는 현재, 가파른 금리인상이 과거와 달리 경기가 급격히 안좋아지고있는 저성장 후퇴국면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며, 이는 과거 50년간 쉽게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2. 소비자물가상승률로 인플레이션 진단하기


금리인상 배경 분석을 위한 두 번째 요소는 인플레이션(물가)입니다.


인플레이션은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근원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근원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란?

물가지수엔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가 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같은 소비재의 물가지수를 뜻하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들의 물가를 지수화하여 측정한 경제지표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또다시 '헤드라인소비자물가지수'와 '근원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로 구분됩니다.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석유, 가스와 같은 에너지나 농수산물과 같이 정책이나 기후변화로 인해 일시적인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물가지표입니다. 이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물가의 중장기적인 추세를 결정하고 대부분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물가지표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측정하고 금리정책을 예상하는데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로 꼽힙니다.

미국 Core CPI 볼 수 있는 곳
한국 Core CPI 볼 수 있는 곳


근원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른 인플레이션 구분은 경제사이클 구분보다 더욱 간단합니다.


《 인플레이션 구분 기준 》


 · 근원소비자물가지수 기반 고물가/저물가 국면 구분

    A. [고물가] Core CPI 연간상승률 2.5% 이상
    B. [저물가] Core CPI 연간상승률 2.5% 이하    


근원소비자물가지수 기반 고물가/저물가 국면 구분


정말 간단하죠. 근원소비자물가지수 연간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2.5% 이상이면 고물가 국면, 미만이면 저물가 국면으로 구분하는 것이 끝입니다. 미연준의 목적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이므로 고물가 국면에서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올라갑니다. 따라서 고물가 국면에서 금리를 인상하곤 했죠. 


그럼 우리의 생각대로 한국도 고성장/고물가 국면에서만 금리를 올려왔을까요? 이번에도 그랬을까요?




2000년대 국내 금리인상기 배경 비교 분석 결과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①경기와 ②물가, 이 두 가지 잣대를 가지고 4차례의 2000년대 기준금리인상 배경을 비교 분석해 봤습니다.


【경기와 물가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배경 분석】


  [1차 금리인상] 2005년 9월  ~ 2008년 9월
    ▶ (경기) 저성장 회복 + (물가) 저물가 국면  

  [2차 금리인상] 2010년 6월  ~ 2011년 7월
    ▶ (경기) 고성장 축소 + (물가) 고물가 국면

  [3차 금리인상] 2017년 10월 ~ 2019년 3월
    ▶ (경기) 고성장 축소 + (물가) 저물가 국면

  [4차 금리인상] 2021년 10월 ~ '23년 (현재)
    ▶ (경기) 저성장 후퇴 + (물가) 고물가 국면
    ▶ 스태그플레이션 국면


결과가 흥미로웠습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은행은 경기가 고성장 국면에 있거나, 저성장이지만 회복 국면에 있어 곧 고성장으로 진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금리를 올렸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긴축통화정책(금리인상 등)을 펼친다 하더라도 경기가 침체되거나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의 가격의 큰 영향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상은 경기가 침체하기 시작하는 저성장 후퇴 경기 국면에서 물가도 함께 큰 폭으로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배경으로 펼쳐졌습니다. 긴축통화정책을 받아줄 만한 체력이 안 되는 경기 국면(스태그플레이션)에서 고강도 금리인상의 여파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자산가격의 조정이란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첫 번째 분석 목표인 ① 과거 금리 인상기와 차이는 무엇인지? 에 대한 결론입니다.





결 론 요 약


1. 그동안 국내 집 값은 금리와 일관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음 (3차례 상승, 1차례 하락)
2. 과거 3차례 금리인상은 모두 경기성장 또는 회복 국면에서 이루어짐
3. 이번 금리인상('21.7~)은 '고물가·경기후퇴국면(스태그플레이션)'에서 이루어짐
4. 과거와 현재 금리인상의 결정적 차이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배경'에 있음
5. '배경(물가와 경기에 따른 경제사이클 국면)'이 금리와 집 값 사이의 관계를 결정함
6.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급격한 금리인상 정책 시행은 부동산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높일수 있음 









다음 글은 이번글의 해결하지 못한 


② 앞으로 우린 어떻게 이번과 같은 위기를 남들보다 빠르게 알아채고

● ③ 한 발짝 더 나아가 반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에 대한 질문하고 답하는 내용을 다루고자 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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