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국면 금리인상과 부동산의 관계 ②
이전글을 통해 우린 왜 유독 이번 금리인상은 과거의 금리인상과 달리 전국의 집값을 일제히 침체시키는 역할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습니다.
2022년 이후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과 아주 많이 닮아 있는 과거 1970년대 미국의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더 빠르게 이번과 같은 위기를 느끼고 대처할 수 있는 투자자의 날카로운 감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지난 글을 통해 알아본 것처럼 경기선행지수와 근원물가지수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일반투자자들보다 빠르고 단호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경기선행지수와 근원물가지수 모두 현재상황에 후행하여 나오는 경제지표라는 시차의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추가로 부동산의 경우 그 특성상 증권자산( 주식, 채권 등) 대비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수와 매도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 위기를 감지하고 대처하기 위해 현재와 비슷한 과거 1970년대 미국의 경제위기 사건을 살펴보고 공통된 위기신호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보았듯,
현재 기준금리 인상배경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 ① [경기] 저성장 후퇴 국면 (경기선행지수 100미만 하락추세)
● ② [물가] 고물가 국면 (Core CPI 연간상승률 2.5% 이상)
입니다.
과거에도 이와 같이 스태그플레이션을 배경으로 급격하게 금리를 인상한 시기가 있습니다.
현재상황을 가을 칼바람이라고 한다면 1,2차 오일쇼크가 있던 1970년대 미국의 상황은 자연재해인 토네이도 정도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경기와 물가, 금리를 수치로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1차오일쇼크 】
- OECD 경기선행지수 : 103('73.2) → 96('75.1) ▼730bp 하락 (1bp = 0.01%)
- 미국근원CPI : 2.5%('73.2) → 11.9%('75.1) ▲940bp 상승 (1bp = 0.01%)
- Fed기준금리 : 3.3%('72.2) → 12.9%('74'7) ▲960bp 상승 (1bp = 0.01%)
【 2차오일쇼크 】
- OECD 경기선행지수 : 102('78.8) → 97('80.8) ▼730bp 하락 (1bp = 0.01%)
- 미국근원CPI : 6.1%('78.2) → 13.6%('80.6) ▲750bp 상승 (1bp = 0.01%)
- Fed기준금리 : 4.7%('77.4) → 19.1%('81.1) ▲1440bp 상승 (1bp = 0.01%)
【 2023 현재 】
- OECD 경기선행지수 : 101('21.6) → 98.5('22.12) ▼250bp 하락 (1bp = 0.01%)
- 미국근원CPI : 1.3%('21.2) → 6.7%('22.9) ▲750bp 상승 (1bp = 0.01%)
- Fed기준금리 : 0.1%('22.2) → 4.1%('22.12) ▲400bp 상승 (1bp = 0.01%)
오일쇼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자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됩니다. 오일쇼크 시기의 경기악화와 금리인상 수준이 현재와 대비해서 3배 수준이었으니까요. (앞으로 이렇게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도대체 이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심각한 금융 재앙이 나타났었을까요? 그리고 그때 발생한 사건들은 부동산과 주식과 같은 자산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미국의 70년대 스태플레이션 발생의 원인이 된 배경과 주요 사건들입니다.
60년대 후반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조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종이돈을 마구 찍어냈다.
1971년 금본위제폐기로 종이화폐의 극적인 가치 하락이 있었다.
환율방어를 위해 전 세계 나라들이 동시에 화폐를 찍어냈다.
물가상승압력이 증가했다.
중동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확인필요) 잠가라 밸브 전략을 사용했다
석유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며 물가 상승의 불을 붙였다.
물가가 미친 듯이 상승했고 연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어 금리를 인상했다.
아래는 20203년 현재 경기 국면인 스태그플레이션의 배경과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코로나가 터지며 전 세계가 경기부양을 위해 화폐를 찍어냈다.
팬데믹 종식과 함께 폭발한 보복심리로 수요가 상승했다.
낮아진 금리와 넘쳐나는 화폐 유동성에 수요가 더해져 물가상승압력이 증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잠가라 밸브 전략을 사용했다
석유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며 물가 상승의 불을 붙였다.
물가가 미친 듯이 상승했고 연준은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어 금리를 인상 중이다.
믿기 힘들 정도로 현재 상황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동시에 찍어낸 화폐가 물가 상승의 압력을 키웠고 에너지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며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생긴 점이 소름 돋을 정도로 유사한 흐름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래부터는 70's 스태그플레이션 중반 이후 나타난 주요 사건들입니다.
아직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에게 보이지 않는 사건들이 많네요. 앞으로도 볼 수 없길 바라는 사건이 대부분입니다.
실업률이 급격히 증가했고 경기 연착륙에 실패하며 경기가 침체되었다
멕시코가 국가채무 불이행을 선포하며 자본주의사회의 종말론이 대두되었다
미국은 화폐발행으로 멕시코와 같은 국가들의 파산을 막았다
멕시코는 새로운 대출로 기존 채무를 장기간 갚아나가 회생했다
수출국으로 수혈되었던 돈이 다시 미국으로 유입되었다.
미국으로의 달러 유입은 달러의 가치를 상승시켜 강달러 현상을 일으켰다.
강달러로 인해 낮아진 수입물가는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을 낮춰주었다.
미국은 하이퍼인플레이션 없이 경기가 안정적으로 회복되었다.
자산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2023년 현재는 이때와 달리 국가부도가 발생하거나 실업률이 급격히 오르는 경기침체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이벤트나 사고로 인해 과거와 같은 경착륙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죠.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경제침체가 온 후에도 시장은 회복을 시작했고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의 가격이 그동안의 하락을 상쇄하며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이때가 바로 경기침체로 인한 증권 시장의 종말을 예상했던 레이달리오가 뼈아픈 실수를 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70년대 미국과 현재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한 공통점은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 전 세계가 모두 동시에 돈을 찍어야 할 상황에 처해있었다.
2. 석유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며 유가가 상승했고, 물가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3. 연준은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프런트로딩전략(물가상승 초기 급격한 금리인상)을 전개했다.
앞으로도 이 세 가지 현상이 동시에 보일 징조가 있다면 달러 자산의 비중을 늘려놓는 것이 좋겠죠?
아쉽게도 해당기간에 국내 아파트는 거의 지어지지 않았던 상황이고, 국민주택은행(현재 KB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 통계도 없었기 때문에 가격변화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일 시기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리포트의 분석 결과 한국의 토지가격은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조정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 한가지 궁금해진 점은 현재 전국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순수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인지 아니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시행된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인지 입니다.
언뜻 보기엔 비슷한 것 같지만 둘 중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투자자의 대응전략도 달라지기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중요합니다.
전국 집값 조정의 원인이 순수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현상에 있다면 CORE CPI(근원소비자물가지수)가 연간 2.5% 이상 오르며 OECD 경기선행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질 때 부동산 보유 비중을 정리하면 됩니다.
반대로 집값 조정의 원인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시행된 금리인상 정책에 있다면 CORE CPI와 OECD 경기선행지수만으로 보유한 부동산의 매각을 결정하는 일은 커다란 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금리가 동결되거나 내려간다면 집값은 지금과 달리 오르거나 보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KB부동산의 서울과 6대 광역시를 대상으로 아파트 가격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집값을 비교 분석해 보았습니다.
먼저 국내에서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의 현황입니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2.5% 이상인 고물가 구간에서 경기선행지수가 100 아래로 꺾이며 물가 상승과 경기 후퇴가 동시에 발생했던 구간을 회색음영처리 했습니다.
현재를 제외하면 총 4차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해당시기에 금리정책과 집값을 살펴보면 현재 펼쳐지고 있는 전국적인 집값 조정이 단순한 스태그플레이션 때문인지 아니면 스태그플레이션과 함께 시행된 금리인상 정책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겁니다.
[국내 1차] 스태그플레이션 ('91~'93) : 근원CPI 9.7% + 경기선행지수 97.2
[국내 2차] 스태그플레이션 ('98~'99) : 근원CPI 9.5% + 경기선행지수 91.1
[국내 3차] 스태그플레이션 ('00~'01) : 근원CPI 5.3% + 경기선행지수 96.2
[국내 4차] 스태그플레이션 ('08~'09) : 근원CPI 5.9% + 경기선행지수 96.7
- 기준 금리 정책 : 동결 (10% 유지)
- 전국 주택 가격 : 하락
1차 스태그플레이션시기 기준금리는 동결되었었고 전국주택가격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일제히 하락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금리정책 자체는 동결이라 해도 10%라는 고금리 배경은 현재와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 침체기 주택 가격변화 : 전국 하락
- 회복기 주택 가격변호 : 전국 하락 (하락폭 개선)
스태그플레이션 전체 기간을 경기선행지수 반등시점을 기준으로 전과 후를 나누어 경기가 악화되는 시기를 "침체기" , 회복되는 시기를 "회복기"로 구분하고, 두 기간 내의 주택가격 변화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예상대로 경기가 악화되는 침체기 보다 회복기에 주택가격 하락폭이 감소했습니다.
- 기준 금리 정책 : 인하 (8% → 4.8%)
- 전국 주택 가격 : 하락 후 소폭 반등
2차 스태그플레이션시기에는 이전과 달리 금리인하 정책을 사용했습니다. 전국 집값은 하락하다가 금리가 인하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반등했습니다.
- 침체기 주택 가격변화 : 전국 하락
- 회복기 주택 가격변화 : 일부 상승, 일부 하락
90년 국내에서 발생한 1차 스태그플레이션과 달리 이번엔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집값이 반전하며 일부 대구, 대전, 서울 지역의 집값이 소폭 상승했습니다. 다른 지역도 하락폭을 줄이며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기준 금리 정책 : 인하 (5.25% → 4.0%)
- 전국 주택 가격 : 상승
이전 2차와 마찬가지로 3차 스태그플레이션 때에도 금리인하 정책을 사용했습니다. 이 때 전국 집값은 과거 여느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와 달리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며 우상향 했습니다.
- 침체기 주택 가격변화 : 일부 상승, 일부 하락
- 회복기 주택 가격변화 : 대폭 상승
해당 기간 내 경기회복 시점을 기준으로 집값의 변화는 놀랍습니다. 경기가 침체되던 시기 전국 각지의 부동산 가격은 대부분 조정되거나 보합했지만, 경기가 회복추세로 바뀌자마자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입니다. '98 아시아 금융위기(IMF사건) 이후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고 전국적인 공급부족과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대 현상이 맞물려 나온 결과라고 추측됩니다.
- 기준 금리 정책 : 인하 (5.25% → 2.0%)
- 전국 주택 가격 : 상승 후 하락
이전과 마찬가지로 금리인하 정책을 사용했습니다. 해당 시기 전국의 집값은 특이하게도 경기가 반등한 이후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 침체기 주택 가격변화 : 일부 상승, 일부 하락
- 회복기 주택 가격변화 : 일부 상승, 일부 하락
해당시기의 지역별 집값은 과거 1, 2, 3차 스태그플레이션과 달리 침체기와 회복기의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큰 폭으로 상승하던 부산과 인천은 서서히 조정기에 진입했고, 기존에 큰 폭으로 하락하던 대구는 하락폭을 줄이며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였습니다.
과거 국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집값을 살펴본 결과 금리인상이 동반되지 않았던 스태그플레이션은 지금과 같이 전국의 집값을 동시에 무너트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로써 전국의 부동산 시장을 동시에 하락시킨 요인이 순수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아닌 스태그플레이션을 배경으로 한 급격한 금리인상에 있었음을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전국 조정장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 한 가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프런트로딩 전략(물가인상 초반부터 급격히 금리인상하여 물가를 낮추는 통화정책 전략)이 등장할 때 부동산을 포함한 금융/실물 투자자산 가격의 향방은 하락 쪽으로 기울어진 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긍정적이고도 의미 있는 사실은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금리 정책과 상관없이, 경기 후퇴하는 후퇴기보다 반등 이후 회복기에서 하락폭이 줄거나 상승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금리가 동결되고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 예정된 공급물량이 적거나 매매수요가 살아나며 미분양이 감소하는 지역부터 집값이 반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 전 세계가 동시에 화폐발행량을 늘리며 유동성이 확대되고,
2. 에너지 공급망 (석유, 천연가스)에 차질이 생기며 물가가 급등할 때,
3. 연준이 프런트로딩전략을 구사한다면,
4. 1970년 미국과 현재 상황처럼 전국 부동산 가격이 동시에 조정될 확률이 높다.
5. 단, 이번처럼 금리인상이 동반되지 않은 스태그플레이션에선 집값이 동시에 조정되는 일은 없었다.
6. 스태그플레이션일지라도 경기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 집값의 하락폭이 줄거나 반전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