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15억 족쇄' 푼다
드디어 지난 정부의 대표적인 비합리적 제도로 꼽힌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가 풀린다는 소식입니다.
이번 15억 이상 대출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 막혀있던 거래가 풀린다면 어떤 지역부터 거래가 살아나게 될까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현재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고 트렌드를 찾아 앞으로의 시장을 전망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15억 초과 주택 대출금지 해제 백지화
추경호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 대출금지규제 해제 검토 안해" | 연합뉴스 (yna.co.kr)
● 정부가 '주담대 15억 대출해제' 기사가 난지 이틀만에 규제완화 검토를 백지화 시켰습니다. 집값 폭등으로 인해 민심을 잃었던 지난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윤정부의 의지가 확실히 보이는 결정이네요. (정부도 아래글과 같은 예상하에 15억 족쇄 풀기 백지화란 결정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규제 완화가 백지화 된 만큼 아래글은 '15억초과주택 대출 규제 해제'가 될 경우를 가정한 글로 바꿔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쪽짜리 완화? 여전한 'DSR 족쇄'
하지만 모두가 규제완화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것은 아직 불가능해 보입니다. 연간 소득으로 보유 총대출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대출 한도를 제한을 시키는 DSR 족쇄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억짜리 주택의 담보대출한도를 예전처럼 70%까지 인정해준다고 할 때, 받을 수 있는 대출은 14억입니다. 자기 자본 6억만 있으면 20억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DSR을 적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아무리 현금 6억이 있고 연소득이 1억 원 이상일지라도, 자동차 대출이나 신용대출과 같은 다른 대출이 있다면 한도가 반이상 줄어들거나 아예 대출 자체가 안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번 15억 대출 규제완화의 수혜자가 될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이번 규제완화의 수혜 대상자는?
이번 규제 완화의 수혜자는 2개 부류로 예상됩니다. 첫 번째 부류는 고액 대출의 고금리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 고소득자이고, 두 번째는 보유 중인 부동산이나 다른 자산을 팔아 대규모의 현금을 만들 수 있는 자산가 부류입니다.
일반인들의 경우 DSR 규제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의 규모가 크지 않을뿐더러 고금리로 인해 점점 올라가는 이자를 감당하기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5억 이상 고가주택을 대출로 구매하려면, 다달이 들어오는 현금흐름이 큰 고소득자(최소 월 1,500만 원 이상)나 큰 규모의 대출 없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팔아 고가주택 구입에 필요한 대부분의 현금 마련이 가능한 자산가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지난 5월 발표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간 한시 배제' 정책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규제지역에 주택을 2채 이상 가지고 있더라도 2023년 5월 9일까지 제일 똘똘한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팔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확 내려서라도 빨리 주택을 매도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입니다.
혼돈의 시기, 큰 손들의 선택은?
이런 정치적,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자산을 지키기 위한 안전자산 선호현상 (Flight to Quality)이 강해지며 부동산 시장의 초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 우주인은 이번 15억 원 대출 규제 완화 역시 이런 초양극화 트렌드를 강화시킬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수혜지역도 이번 규제완화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소득자와 자산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지역이 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 구체적인 수혜 지역을 예상해보기 위해 부동산 큰 손들이 집값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해 6월을 전후로 대출 한 푼 나오지 않는 고가주택을 신고가에 전액 현금 주고 사들인 곳이 어떤 곳들인지 KB부동산 통계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안전자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서울/경기 지역의 평단가 상위 지역을 뽑았습니다. 이 지역들을 다시 집 값이 비싼 지역부터 A, B, C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A그룹] 평단가 최상위 5개 지역
[B그룹] 서울 평균 평단가 상위 지역
[C그룹] 경기 평균 평단가 상위 지역
이후 집 값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2년 6월을 기준으로 현재까지 3그룹의 가격변동률을 분석해 보겠습니다.
A그룹을 제외한 B, C그룹은 짧은 시간에 비교적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반면 A그룹의 집값은 0.1% 상승하며 보합 수준의 시장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3개월간 0.1%는 상승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수치입니다. 1달에 0.1%~0.2% 사이의 상승이 나와야 해당 지역의 집값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구나라는 게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B, C그룹과 비교했을 때, 가격 변화의 차이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럼 A그룹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한번 더 자세히 지역별로 살펴보겠습니다.
A 그룹 속, 부자들이 선택은?
● A그룹 중에서도 서울과 경기 지역의 온도차가 극심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과천의 경우, 상대적으로 작은 대지 위에 재건축과 신축 아파트가 몰려있어 타 지역에 비해 아파트 평균 평단가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지요. 과천지식정보센터와 3기 신도시의 입주로 인한 공급 리스크로 하방압력이 작용하는 탓도 있겠지만, ● 결과론적으로 보면 부동산 큰 손들은 경기보다 서울+강남+한강변에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 4강, 시세 상승을 주도한 단지?
위의 통계자료로 확인할 수 있듯, 부동산 큰손들이 경기 불황기에 15억이 넘는 현금을 넣어둘 안전자산으로 선택한 곳은 강남, 서초, 용산, 성동구였습니다. 이제 각 지역의 시세 상승을 이끈 주요 단지들은 어디고 그들은 어떤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강남구는 예상대로 대규모 재건축 사업을 준비 중인 압구정동의 현대, 한양아파트가 시세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서초구는 반포/잠원동의 신축, 재건축 아파트가 용산구는 전통 부촌인 한남동의 한남더힐이 시세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성동구는 성수동의 전략정비구역과 서울숲 사이에 위치한 갤러리아포레의 대형 평수와 서울숲 트리마제가 큰 폭으로 신고가를 경신하며 시세를 견인했습니다.
'2022, 진짜 안전자산'의 3대 키워드?
경기 불황기 현금부자들이 선택한 진짜 안전자산은 A그룹 속의 ● 압구정, 반포/잠원, 한남, 성수에 있는 신축이나 앞으로 신축이 될 재건축 단지였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만 서울의 많은 신축과 재건축 단지들 중 진짜 옥과 석을 가릴 수 있는 기간의 의미 있는 실거래였다고 보여집니다. ● 위의 단지들을 대상으로 공통적으로 뽑을 수 있는 키워드는 '한강', '전통 부촌',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정도가 되겠네요.
● 첫번째 키워드, 한강 : 청담대교 ~ 동작대교 사이의 한강뷰를 누릴 수 있는 곳이면 최곱니다.
● 두번째 키워드, 전통부촌 : 대형 평수 중심, 월 1,000만원 이상 고액 월세가 밀집된 곳입니다.
● 세번째 키워드, 대규모 정비사업지 : 동 단위의 재건축, 재개발지역이 밀집된 곳입니다
경기 불황기, 서울 4강 이외 돈이 몰린 또 다른 곳?
● 위에 언급된 지역 이외에도 부동산 시장 조정기에 현금부자들의 돈이 몰린 지역이 있습니다. 바로 영등포구의 여의도동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4개 지역과 비교하며 전용면적 대비 실거래가는 낮지만, 거래에 수반되는 현금이 대출 없이 20억 이상이라고 생각해보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지역인 것은 확실합니다. 또한 여의도는 위에 제시해드린 3가지 키워드 중 "한강"과 "동 단위의 대규모 정비사업"에 해당하는 지역이기도 하지요. 이 뿐만 아니라, '여의도 서울 아파트'는 옛날부터 유명 연예인들과 고액자산가들이 살고 있는 부자아파트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결론!
●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서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초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15억 초과 주택 담보대출 규제완화는 초양극화 현상의 촉매제로 작용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 "한강", "부촌", "대규모 정비사업지" 3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수혜지역을 찾아보고, 앞으로의 시장 흐름을 지켜보면 향후 주거 수요의 트렌드를 확인하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