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빵 하나의 온도

나를 웃게 한 아주 사소 한 일

by 양정회

어제 오후, 장을 보러 마트에 들렀다. 진열대에 놓인 호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남편 얼굴이 떠올랐다.

종류도 다양했다. 단팥, 야채, 피자, 고구마...

한 봉지에 네 개씩 들어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단팥 호빵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좋아, 오늘 남편의 간식은 호빵이야.'


남편은 호빵 이야기만 들어도 웃는 사람이다. 그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것 같은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늘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동네 슈퍼 입구, 둥근 윈통 모양의 호빵 찜기.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던 그 안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달콤한 냄새는 가는 길을 붙잡았다. 특히 오늘처럼 추운 날이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었다.

양손으로 호빵을 잡고 호호 불어 가며 먹던 기억. 아이도 어른도 호빵 하나면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호빵을 먹어본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잊고 지냈다.


남편은 저녁 늦게 간식 먹는 걸 즐긴다. 특히 부드럽고 달달한 빵 종류를 좋아한다. 건강을 생각해 가끔 먹자고 늘 다독인다. 늘어나는 허리둘레를 생각 안 할 수 없다.


퇴근한 남편은 예상대로 간식을 달라고 했다. 나는 조금 으쓱해하며 호빵을 내놓았다.


"오늘 호빵 사 왔지요."


남편은 '호빵'이라는 말만으로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자레인지에 호빵 하나를 데웠다.

"앗, 뜨거워.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는 남편을 보며 나도 따라 웃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호빵 하나로 서로 웃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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